"돈을 들고 튀어라" 영화 같은 강도 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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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낮 서울 도심의 대형 병원에서 소매치기하던 3인조 중 1명이 영화를 방불케 한 추격전 끝에 붙잡혔다.

지난 1일 낮 12시15분쯤 서울 강남의 S병원 1층 대기실 현금지급기 앞. 현금을 찾던 이 병원 간호사 吳모(29.여)씨의 뒤에 중년 남자 2명이 바짝 붙었다.

이들은 吳씨에게 현급지급기 사용 방법을 물었고, 吳씨가 설명하는 사이 3인조 중 朴모(45)씨가 핸드백에서 지갑을 빼냈다. 朴씨는 吳씨가 출금할 때 슬쩍 훔쳐본 비밀번호를 입력, 신용카드로 현금 60만원을 뽑았다.

그때까지 吳씨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 그런데 朴씨는 吳씨가 자신을 향해 오자 들켰다고 생각하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여긴 吳씨는 자신이 소매치기당한 사실을 알아챘고, 병원 관계자와 함께 朴씨를 뒤쫓았다.

朴씨는 병원 1,2층과 응급실을 뛰어다니다 현관 앞에서 병원 셔틀버스에 올랐다. 吳씨가 셔틀버스까지 쫓아오자 朴씨는 吳씨를 밀치고 내려 대기 중인 李모(58)씨의 개인택시에 올라탔다. 朴씨는 李씨를 회칼로 위협하며 빨리 출발하도록 요구했지만, 놀란 李씨가 택시에서 도망쳤다.

그러자 朴씨는 근처에서 신호를 대기하던 회사원 金모(25)씨의 승용차에 올라 위협했지만, 당황한 金씨가 5m도 못가 앞 차와 추돌했다. 접촉사고로 차가 막히고 시민들이 몰려오자 朴씨는 차에서 내려 우왕좌왕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30분간 도주극'은 막이 내렸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일 朴씨에 대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2명을 긴급 수배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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