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먼 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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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희중(1960~ ) '먼 별' 전문

이제 미움 너머로 그대를 사랑하리
함께 지낸 날들의 눈빛 잊지 않으면
그조차 먼 별이 되어 빛나네
비 오는 정오가 아닌, 노을진 저녁이 아닌
짱짱한 햇빛 아래 서서 그대를 다시 보낸다 해도
더는 진땀 흘리지 않을 터 다만 잊지 마라
함께 다닌 많은 길들 골목들 집들 그 위 하늘들
가끔 걸으며 둘러보리니
그대 문득 돌아오는 날 또한 나 그곳에 있네
이제 욕망 너머로 그대를 사랑하리
이제 시간 너머로 그대를 사랑하리



가깝게 있는 별이 아니고 멀리 가물거리는 별을 올려보며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한다. 함께 다닌 골목과 집들을 지나서, 눈에 보이는 지상의 조건을 모두 떠나서 먼 별이 살고 있다는 무한대의 넓고 크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그대를 사랑하리라.

마종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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