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 한나라 '金행자 해임안' 氣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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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金斗官)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하루 앞둔 2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현 정부 들어 첫 각료 해임 시도인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둔 기세싸움까지 겹친 분위기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2일 "대체 그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설혹 통과돼도 건의를 수용치 않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나라당은 청와대 등 여권의 건의안 저지 움직임을 강력히 성토하며 밤늦게까지 표 단속에 주력했다.

盧대통령은 국무회의 첫머리에서 "무엇이 해임건의의 사유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국회의 의사를 존중해 국무위원들이 의원들을 설득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표결 결과 의원들의 소신이나 양심에 대해 국민이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라며 "국회가 그야말로 국민을 위해 권능을 행사하는지 아니면 정부를 흔들기 위해 집단 편짜기를 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결과를 보고 처리문제를 다시 상의하자"고 덧붙였다.

청와대 측은 金장관을 해임하라는 명분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천호선(千皓宣)정무기획팀장은 "이 같은 이유라면 강도가 훨씬 컸던 과거 미 문화원 기습시위 등 모든 사건마다 내무.행자부 장관을 해임해야 했다"고 말했다.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은 "1987년 이후 해임결의안이 해임건의안으로 바뀌었다"며 "법적으로 꼭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간 4건의 장관 해임 관련 가결이 있었지만 3건은 87년 이전의 구속력을 지닌 결의안이었고 한 건은 임동원(林東源)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수용, '대통령특보'로 자리를 옮기게 했었다.

청와대 측의 단호한 분위기는 여론조사 결과 이번 사태를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로 보는 쪽이 더 많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표결을 정권의 중간평가로 규정했다. 홍사덕(洪思德)총무는 "盧대통령이 야당의원에 대한 포섭공작 지시를 내렸다"며 "의회정치에 대한 도전, 파괴 행위로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홍신 의원만 제외하곤 소속의원 전원이 당론을 따르겠다고 하더라"며 "이번 표결은 盧대통령의 실정 6개월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자리매김했다.

이강두(李康斗)정책위의장도 "대통령이 부결을 위해 국회 로비를 지시한 것은 국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최병렬(崔秉烈)대표 등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탈표 방지에 총력전을 폈다. 한 당직자는 "본회의가 순조롭게 열릴 경우 처리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주당은 물리적 저지를 않는 대신 盧대통령이 건의를 수용 않는 쪽으로의 해결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표결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자중지란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정균환(鄭均桓)총무는 "물리적 몸싸움은 피할 생각"이라며 "본회의에 참석해 반대 투표를 할 것인지 본회의를 거부할 것인지 고심 중"이라고 했다. 박관용(朴寬用)국회의장은 이날 3당 총무에게 본회의 사회를 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해임안 추진 이유 뭔가=건의안에 담겨 있는 이유는 지난달 한총련의 미군 장갑차 점거시위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한총련이 미군 훈련장 앞에서 집회 신고를 했는데도 이를 받아들이고 10여명의 경찰만 배치해 사실상 점거 사태를 방조했다는 주장이다.

최훈.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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