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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 미비점 보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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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번 교원평가는 1만여 개 학교 가운데 단지 48개 학교만을 대상으로 시범실시됐다. 일부 자발적인 몇 개 학교 이외에 반강제적으로 지정된 학교들이 대부분이었고 실시과정에서 교원들 간에 갈등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교원평가로 일반화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국가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초.중등 학교 교원평가를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평가는 우선 교원평가가 가능한지, 어떤 평가방식이 현장 적합성이 있는지, 어떻게 설문내용을 구성해야 할지 등을 결정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얻는 데 목적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번 평가과정과 결과를 세밀하게 분석해 다음 평가에서 개선할 점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평가의 성과는 교원들이 평가를 직접 경험하면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다는 데 있다. 70%의 교원이 교원평가에 대해 이해하게 됐고, 81%의 교원이 학교 및 교원의 교육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증진됐다고 한다. 60%의 교원은 참여 주체 간 의사소통과 상호이해가 증진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원들이 교원평가의 긍정적 측면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번에 동료교원 평가에서 85% 이상의 교원들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렇다고 동료교원 평가가 무의미하다고 평가하기보다는 평가척도를 좀 더 다양화하는 쪽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동료교원의 전반적인 능력을 평가하면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교과 전문성, 교원으로서의 품성, 생활지도 능력 등 좀 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꾸어야 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평가를 통한 개선은 당연한 과정이다. 특히 교육활동은 그렇다. 교사도, 학교경영자인 교장도 예외일 수 없다. 학부모 평가가 학생 의견에 의존함으로써 평가결과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평가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학교는 학부모에게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젠 학교는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할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교원평가를 놓고 '무늬만 평가'라고 비판하지만 우선 무늬라도 만들어야 그 다음에 색깔도 넣고 다듬어서 제대로 된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 아직 한 번의 시범실시가 더 남아 있다. 그것으로 부족하면 시범 실시를 연장할 수 있다. 이번 시범 실시가 급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었던 만큼 다음 시범 실시에선 부족했던 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 실시하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다양한 지역과 규모의 학교를 대상으로 선정하고, 학교 규모에 따른 다양한 척도를 개발해 평가절차와 시스템을 차별화함으로써 바람직한 방안을 확인할 수 있는 시범 평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강소연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회장·연세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