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평창올림픽 남북 협상보다 대내 소통이 우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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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남북 올림픽위원회와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4자회담을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한다.

남북 단일팀 구성은 1991년 두 차례 이뤄진 바 있다. 그해 5월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7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때 단일팀으로 참가했다. 모두 민족 화합의 역사적 순간으로 남았다.

그러나 이번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있다. 빙판 위 작은 통일은 환영하지만 스포츠 정신보다 정치 이벤트가 앞서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다. 단일팀 구성으로 출전 기회를 상실하는 등 피해가 예상되는 한국 선수들에게는 지금까지 공식 채널을 통해 어떤 입장도 전달되지 않았다. 과연 개막 3주를 앞두고 급조된 단일팀이 제대로 팀워크를 발휘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올림픽 출전을 위해 피땀 흘린 우리 선수들의 노력과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이긴다는 스포츠 정신은 뒷전인 형국이다. 우리 사회에선 단일팀 문제를 남북 화합보다 나라를 위해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라는 식의 시대착오적 행태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27년 전 탁구단일팀을 경험했던 현정화 렛츠런 감독도 “정부 뜻에 따라 강압적으로 ‘이렇게 하라’는 식의 단일팀 추진은 안 된다. 선수들과 충분한 대화를 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20일 체육회담에서는 개막식 때 남북선수단의 공동 입장, 깃발 문제 등도 함께 논의한다. 그런데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공동 입장 시 한반도기를 들게 하겠다”고 미리 발표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올림픽은 북한 핵이라는 현실이 엄존하는 가운데 열리는 행사다. 천안함 도발, 연평도 포격 등으로 국민의 대북 인식도 달라졌다. 남북 화합이라는 정치 이념, ‘북한 모시기’에 매달려 정작 대국민 소통과 설득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