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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쓰게 된 돈 작년 3조7693억, 쌓으면 63빌딩 227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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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돈도 죽는다. 정확히 말하면 한 때 돈이라 불린 화폐의 폐기다. 찢어지거나 불타거나 심하게 마모되는 등 낡고 병들어 더는 쓸 수 없는 돈은 죽음을 맞는다. 이런 이유로 ‘사망 선고’를 받은 돈 3조7693억원이 지난해에 휴지가 됐다.

찢어지거나 불타고 마모된 화폐 #1만원권이 3조원으로 전체의 81% #새 돈으로 바꾸는데 비용만 617억 #‘잘못 보관해 훼손’ 1년새 58% 늘어 #“화폐 사용하는 습관 개선할 필요”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17년 중 손상화폐 폐기 및 교환규모’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3조7668억원)과 주화(25억원) 등 손상화폐 3조7693억원(6억장)이 폐기됐다. 전년도(3조1142억원)보다 21.0%(6551억원) 늘었다. 최근 5년간 손상화폐 폐기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 2조2139억원에서 지난해 3조7693억원까지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손상된 화폐를 새 화폐로 대체하는 데 617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폐기된 손상화폐의 대부분은 지폐(은행권)다. 권종별로는 1만원권이 3조404억원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지폐의 80.7%를 차지했다. 5만원권(3338억원)이 8.9%, 5000원권(2109억원)과 1000원권(1817억원)이 각각 5.6%와 4.8%를 기록했다.

폐기된 지폐를 5t 트럭에 실으면 99대분에 이르는 양이다. 이들 지폐를 펼쳐서 연결하면 경부고속도로를 약 79회 왕복할 수 있을 정도다. 만약 이 지폐를 쌓았다고 가정하면 백두산 높이(2744m)의 21배, 에베레스트 산 높이(8848m)의 6배, 서울 여의도 63빌딩(264m)의 227배에 달한다.

수명을 다하고 지난해 폐기된 동전(주화)은 7000만 개다. 가장 많은 것은 500원(9억1000만원)짜리다. 전체의 37.0%를 차지했다. 100원짜리 8억9000만원(36.1%), 10원짜리 5억4000만원(21.9%), 50원짜리 1억2000만원(5.0%) 등이다.

폐기될 만큼 손상된 화폐도 상태에 따라 한국은행에서 멀쩡한 돈으로 바꿀 수 있다. 지난해 일반 국민이 한국은행에서 교환한 손상화폐는 46억1000만원이다. 전년도(36억3000만원)보다 27%(9억8000만원) 늘었다. 손상을 이유로 교환한 화폐는 5만원권(14억7000만원)이 전체 교환액의 69.3%를 차지했다. 동전 중에는 500원화(13억5000만원)으로 동전 교환액의 54.4%를 차지했다. 화폐가 손상된 이유 중 가장 많은 것은 장판 밑 눌림과 습기에 의한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이었다. 건수로는 2155건으로 전체 교환액의 54.7%를 차지했다. 불에 탄 경우(33.9%)와 세탁 또는 세단기 투입 등 취급상 부주의(11.4%)도 화폐가 손상된 주요한 이유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부적절한 보관으로 인한 손상 은행권 교환액이 전년보다 57.9% 급증하는 등 일부 국민의 화폐 사용 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손상된 지폐나 동전을 모두 멀쩡한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교환을 의뢰한 지폐 중 액면가대로 바꾸지 못한 경우도 1억2000만원(교환의뢰 금액의 5.4%)이나 됐다. 액면가의 절반만 인정되거나 무효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화재 등으로 은행권의 일부 또는 전부가 훼손돼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원래 크기와 비교해 남아있는 면적이 3/4 이상이면 액면금액 전액을, 3/4 미만 ~2/5 이상이면 액면 금액의 절반만 인정해 새 돈으로 교환해주고 있다.

특히 불에 탄 지폐의 경우 재가 지폐에서 떨어지지 않고 지폐의 원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면 재 부분까지 지폐 면적으로 인정하는 만큼 불에 탄 상태로 원래 모양이 최대한 유지되도록 상자나 용기 등에 담아 운반해야 한다. 금고나 지갑 등 보관 용기에 든 상태로 은행권이 불에 탔을 때는 보관 용기 상태로 운반하는 게 좋다. 손상 화폐는 한국은행 본부 및 전국 지역 본부에서 교환할 수 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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