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서 5개월간 친척집 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마닐라=박병석특파원】북한을 탈출, 5개월20일만에 마닐라에서 한국망명을 허용받은 김창화씨와 어성일씨는 한국대사관직원과 필리핀외무성직원들과의 6일동안의 조사면담을 통해 그들의 탈출경위를 자세히 밝혔다.
이들은 ①지난해 10월14일 두만강도강으로 북한을 탈출, 중공도문시도착 ②3월14일 자정 중공의 잔지앙항구에서 파나마선적 화물선 마리아나 릴라호에 몰래 승선 ③19일 마닐라항에 도착 ④22일 한국대사관직원과의 면담에서 망명요청 ⑤25일 필리핀정부의 망명의사확인등으로 한국망명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필리핀정부와 한국대사관이 밝힌 이들의 망명경위는 다음과 같다.
▲탈출=김씨와 어씨는 지난해 10월14일 한밤 두만강을 헤엄쳐 건너 중공도문시에 도착함으로써 북한탈출에 성공했다.
이들은 중공에 살고 있는 친척들집을 전전하면서 남쪽으로 내려와 북한탈출 꼭5개월만인 3월14일자정쯤 잔강(담강)에 정박중인 파나마선적 1천t급 화물선 마리아나 릴라호에 몰래 잠입했다.
중공 잔강과 필리핀 마닐라를 왕복하는 이 화물선의 선장과 선원은 모두 필리핀 사람이며 이 배는 15일 오전 잔강을 떠났다.
▲발각=화물선 동판더미사이에 숨어있던 이들은 승선 4일만인 18일 오전4시쯤 배가 고파 밖으로 나왔다가 선원들에 의해 발각됐다.
이들은 『한국으로 망명하기위해 북한을 탈출했다』고 한국말로 설명했으나 영어나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한국대사관의 조치=19일 마닐라 사우드하버(남쪽항구)에 입항한 화물선선장은 『이상한 두사람의 밀항』을 선박보험회사인 「판디만 필리핀」사에 통고했고 이 보험회사는 22일 오전 마닐라주재 한국대사관에 이들의 신원확인을 요청했다.
한국대사관의 김영서참사관과 김중재일등서기관이 22일오후 마리아나 릴라호에 승선, 그들의 신원과 탈출동기· 경위등을 조사했다.
23일에도 같은 한국대사관직원 2명이 이들을 다시 면담한후 필리핀 외무성에 이들의「자유의사에 의한 한국망명희망사실」을 정식 통보했다.
▲필리핀당국의 조치=필리핀정부는 23일 화물선에 승선, 두 사람이 북한을 탈출, 한국으로의 망명을 희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필리핀 외무성은 25일 오후3시 외무성 출입기자들에게 사건의 개요·면담내용등을 브리핑하면서 『이들이 한국에 갈수 있도록 허용할 뜻』을 밝혔다.
필리핀정부는 25일 오후5시30분쯤 이들에게 필리핀영내에 임시 상륙허가를 내주었으며 한국대사관측은 이들을 마닐라시 마비니가에 있는 라스팔마스호텔 316호실로 옮겼다.
▲신변인수=한국대사관과 필리핀관리들은 라스팔마스호텔에서 이들 북한인과 같이 지내면서 보호중이나 사실상 한국대사관이 이들을 인도받은 상태며 현재 필리핀정부와 망명과 출국에 따른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