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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현대차 임단협 찬반투표, ‘노조 정치’ 휘둘리지 말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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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찬반투표를 개표하는 현대차 노조. [사진 현대차 노조]

임단협 찬반투표를 개표하는 현대차 노조. [사진 현대차 노조]

2017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을 두고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원이 15일 찬·반 투표에 돌입한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0일 42차 본교섭에서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현대차 노조 찬·반투표 시작 #한국 車 산업 영향력 감안해야 #생산차질 계속되면 하청업체 피해

이로써 지난해 임단협 타결의 공은 또다시 5만여 명의 노조원 손에 쥐어졌다. 현대차 노조원은 지난달 22일 50.2%가 반대해서 1차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현대차가 연내 임단협 타결에 실패한 건 창립 50년 만에 처음이다.

투표를 앞두고 울산공장 현장엔 "겨우 20만원 받으려고 파업했나?" 같은 집행부에 대한 비난도 등장했다. 임금 부문에서 2차 잠정합의안에 추가한 부분이 ‘2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상품권’ 뿐이기 때문이다. 울산공장 노조 일부 계파는 2차 잠정합의안을 두고 “집행부 무능으로 인해 발생한 참사”라며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찬반투표를 진행 중인 현대차 노조원. [사진 현대차 노조]

찬반투표를 진행 중인 현대차 노조원. [사진 현대차 노조]

현대차 노조원은 이쯤에서 임단협을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현대차 임단협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다. 일단 현대차 임단협은 27만7558명이 근무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전체의 노사협상에 영향을 미친다. 기아차·현대제철·현대위아·현대모비스·현대로템 등 주요 계열사는 현대차 노사협상 타결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가 임단협 합의 수준을 감안해서 협상하는 관례 때문이다.

나아가 근무환경·임금·복지가 훨씬 열악한 하청업체도 영향을 받는다. 자동차 산업은 하청업체가 단계적으로 1만 개의 부품을 조립해 상위 업체에 납품하는 수직적 구조다.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가 노사갈등을 이어가면 주로 중소기업인 부품협력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내상’이 심하다. 이들의 수익성이 악화해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면 한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기아차 협력사협의회가 지난달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철회를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330여 개 협력사는 “여러분(현대차 노조원)보다 더 힘든 여건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노동자를 생각해서라도 파업은 중단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현대차 노조는 24차례 파업해서 1조6200억원(7만6900대)가량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현대차 노조원은 2016년 대비 지난해 임금 인상 규모가 상대적으로 불만족스럽다는 이유로 1차 잠정합의를 거부했다. 하지만 절대 임금인상 규모는 절대 작지 않다.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300% ^320만원(포인트 40만원 포함)의 지급안은 웬만한 기업의 수 개월 치 임금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오히려 과거 임금 인상 수준이 과도하게 높은 편이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2016년 현대차 평균 임금인상률은 5.1%다. 같은 기간 제조업 평균 임금 인상률(3.9%)보다 1.2%포인트 높다. 2018년 공무원 임금인상률(2.6%)과 비교해도 올해 현대차 임금 인상 규모는 절대 작지 않다.

문희철 산업부 기자

문희철 산업부 기자

사측은 불법 파업으로 사측이 제기했던 민·형사소송 일부를 철회하고, 일부 해고자 복직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데 동의했다. 그만큼 상황이 급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5일 찬·반 투표에서 또다시 반대표를 던지는 건 한국 자동차 산업을 스스로 옭아매는 자승자박일 뿐이다.
문희철 산업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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