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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으로 꿀벌 떼죽음” 환경분쟁 5건 중 4건은 소음 때문

중앙일보

입력

환경분쟁 중 85%는 소음 진동 탓에 발생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중앙포토]

환경분쟁 중 85%는 소음 진동 탓에 발생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중앙포토]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서 양봉업을 하는 윤 모 씨는 2016년 9월 인근 공사장에서 바위산을 깨면서 발생한 소음과 진동으로 꿀벌이 폐사하는 등 양봉 피해를 보았다며, 발주처 및 시공사를 상대로 총 3840만 원의 피해 배상을 요구했다.
윤 씨는 “공사장 소음 때문에 꿀벌들이 놀라 도망가고 서로 싸우기도 하며 여왕벌까지 죽이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현지조사 등을 거쳐 윤 씨에게 257만 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환경분쟁, 공사장 소음·진동이 85% 차지 #꿀벌·타조 폐사하는 등 농어업 피해 급증 #환경분쟁조정위 “일조방해 분쟁 증가할 것”

이처럼 환경분쟁 사건 5건 중 4건 이상은 공사장이나 도로에서 일어난 소음·진동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분쟁조정위(위원장 오종극)가 1991년부터 2017년까지 27년간 처리한 분쟁사건(3819건)을 분석한 결과다.

환경분쟁조정위에 따르면, 지난 27년 동안 발생한 환경분쟁 사건 3천819건 중 공사장이나 도로에서 일어난 소음·진동 피해가 3241건(85%)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배상액은 476억 원에 이른다. 대기오염이 216건(6%), 일조방해가 198건(5%)으로 뒤를 이었다.
위원회는 1991년 설립 이후 2017년까지 총 4514건의 환경분쟁 사건을 접수하였고 이 중 3819건을 재정과 조정, 중재·합의의 방식으로 처리했다.

서울 서초구청 소음 특별기동대가 소음민원이 들어온 공사현장에서 소음을 측정중이다. [사진 서초구청]

서울 서초구청 소음 특별기동대가 소음민원이 들어온 공사현장에서 소음을 측정중이다. [사진 서초구청]

27년간 처리된 환경분쟁 사건 중 배상이 결정된 사건은 총 1953건이다.
배상액은 총 612억 9000만 원이며, 1건당 평균 배상액은 약 3100만 원이다. 최고 배상 결정 금액은 13억 4000만 원으로 지난 2007년 7월에 배상 결정이 난 ‘부산 신항만 준설토 투기장 해충(깔따구 등)으로 인한 정신·물질적 피해’ 사건이다.

공사장의 소음·진동으로 인한 농어업 피해도 늘고 있다. 1991년부터 1999년까지 연평균 2건이던 피해 건수는 2000년 이후부터는 연평균 12건으로 급증했다.
2004년에는 경기도 여주시 도로공사장의 소음·진동으로 인해 타조가 폐사하거나 산란이 감소하는 손해를 입으면서 3억 9000만 원의 배상이 결정되기도 했다.
환경분쟁조정위 관계자는 “건물이 고층화되고, 철도나 도로도 터널이 늘어나고 교량 등이 고가화되면서 농어업 환경 피해 늘어나고 있다”며 “일조방해로 인한 분쟁도 앞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분쟁조정은 위원회 홈페이지나 우편·방문을 통해 사건 접수가 가능하다. 사건이 접수되면 담당 심사관이 배정되며, 담당 심사관의 현장조사, 조정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배상 여부를 결정한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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