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책 속으로] 질문 있습니까? 선생님 물음에 학생들 입 닫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나는 네가 어제 한 행동을 알고 있다

나는 네가 어제 한 행동을 알고 있다

나는 네가
어제 한 행동을 알고 있다
한병진 지음, 곰출판

미덕이 많은 책이다. 재밌다. 재밌으니 잘 읽힌다. 잘 읽히는데 읽고 나면 남는 것까지 많다. 인상적인 구절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다 마치고 보니 책이 온통 샛노래졌다. ‘행동과학으로 눈치채는 인간의 속사정’이라는 부제처럼, 저자는 일상 속 인간의 행동을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이론을 통해 분석한다. 본문 중 몇 가지 예를 보자.

“수업에서 모든 학생이 반응을 보이는 질문이 있다. 그건 바로 ‘질문 있습니까?’라는 질문이다. 수업 말미에 던지는 이 질문에 학생들은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본다 (…) 학생들은 ‘질문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들으면 가방을 싸기 시작한다.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을 학습심리에서는 ‘고전적 조건형성’이라 부른다. 학생들 사이에서 침묵의 카르텔은 매우 안정적이다. 우리 대다수가 다수의 선택에 동조하기 때문이다.”(103쪽)

“아껴둔 첫사랑이기에 좀 더 멋진 상대를 만나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인내와 외로움은 모두 투자가 아니라 손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과거의 노력과 비용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눈에 꽉 차는 첫사랑을 계속 기다린다. 이는 매몰 비용의 오류이다. 과거의 노력과 비용은 의사 결정 시 고려의 대상이 아니어야 하는데, 이로 인해 현재의 현명한 선택이 방해받고 있는 것이다.”(98쪽)

서점의 심리학·경제학 서가에서 많은 이론서를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어렵다. 힘들여 읽었다 해도, 이론이 일상과 어떻게 얽히는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기 쉽지 않다. 저자는 독자들의 이런 ‘니즈’를 간파한 듯, 서문에 ‘일상적이지만 궁금한 경험들을 설득력 있게 분석하는 실사구시’라고 밝혔다.

책 중간에 논어·맹자·장자·채근담 등 동양고전을 들어 이해를 돕는다. 이들 고전도 저자가 같은 방식으로 풀어내 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국내 베스트셀러 (2017년 12월 13일~2018년 1월 10일, 교보문고 집계)

① 신경 끄기의 기술(마크 맨슨 지음, 갤리온)
② 언어의 온도(이기주 지음, 말글터)
③ 트렌드 코리아(2018, 10주년 특별판) (김난도 외 지음, 미래의창)
④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지음, 민음사)
⑤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말 그릇(김윤나 지음, 카시오페아)
⑥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⑦ 말의 품격(이기주, 황소북스)
⑧ 파리의 아파트(기욤 뮈소 지음, 밝은세상)
⑨ 바깥은 여름(김애란 지음, 문학동네)
⑩ 그대 눈동자에 건배(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