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제약 마케팅의 귀재’ 존슨앤드존슨 이사회 멤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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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30대 한국 여성이 세계적 건강제품회사 존슨앤드존슨의 이사회 멤버가 됐다. 존슨앤드존슨 제약부문인 얀센-실락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케팅 부사장이 된 김옥연(39.사진)씨다.

서울대 약대와 약학대학원을 졸업한 김 부사장은 1992년 한국얀센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 4년 만에 벨기에 본사로 파견될 만큼 두각을 보였다. 99년엔 30대 초반에 마케팅 팀장을 맡아 위궤양 치료제 '파리에트'를 1위 제품으로 끌어올리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이를 인정받아 입사 12년차인 2004년에 한국법인 마케팅 팀장에서 아태지역 마케팅 담당이사로 전격 발탁됐다. 그는 "마케팅을 잘했다기보다 얀센이 좋은 약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성과가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회사에 공을 돌렸다.

제약업계에 그에 대한 소문이 쫙 퍼지면서 입사 6년차부터 스카웃 제의를 수 없이 받았단다. 2000년에는 한 글로벌 제약회사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와 회사를 옮기는 걸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약서에 사인하기 직전에 마음을 돌렸다.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라서다.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게 많은 월급보다 훨씬 중요한 것 같아 전직을 포기했다"며 "후회는 안 한다"고 했다.

한국에 사무실이 있지만 그는 1년의 절반은 출장으로 해외에서 보낸다. 국제 원격회의 때문에 새벽 일찍 출근해서 밤 늦게 퇴근하는 일도 허다하다. 고된 생활이지만 항상 즐겁다고 한다. 그의 좌우명은 '오늘을 즐겁게 살자'란다. "하루가 즐거우면 일주일이 즐겁고, 일주일이 즐거우면 한달이 즐거운 법"이라고 했다.

일에 빠져 지내다 보니 결혼할 틈도 없었다. 그는 "가정을 가졌으면 이렇게 일에만 몰두하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며 "여성도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다면 다른 것은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리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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