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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 드뇌브 등 여성 100명 “남성에 유혹의 자유 허하라”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 영화배우 카트린 드뇌브의 전성기 활동 시절 모습. [중앙포토]

프랑스 영화배우 카트린 드뇌브의 전성기 활동 시절 모습. [중앙포토]

“성폭행은 범죄다. 하지만 어떤 이를 끈질기게 서투르게 유혹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남성들에게 유혹할 자유가 허락돼야 한다.”

르몽드 기고 통해 '미투 캠페인' 등 페미니즘 비판 #"성적 자유 억압하는 도덕적 반동주의 경계해야" #"남성에 일방적인 '마녀 사냥' 돼가" 주장했지만 #구체적 피해 사례 언급 안해 객관성에 의문도

전 세계적으로 일상의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프랑스 여성 100명이 ‘미투 캠페인’ 등 최근의 움직임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놨다.

 성폭력은 두말할 필요 없이 지탄받아야 하지만, 남성 일반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이 사회 전반에 청교도주의를 부르고 여성의 주체성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프랑스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 등 여성 100명은 9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에 ‘성의 자유에 필수불가결한 유혹할 자유를 변호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투고했다.

 이들은 글에서 "남자들이 권력을 남용해 직업적 관계에서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고 또 필요하다"면서도 최근 논의 흐름이 남성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마녀 사냥’이 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30일 미국 뉴욕에서 링컨 센터 코퍼레이트 펀드의 갈라 행사에 참석한 카트린 드뇌브.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30일 미국 뉴욕에서 링컨 센터 코퍼레이트 펀드의 갈라 행사에 참석한 카트린 드뇌브. [AP=연합뉴스]

특히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을 계기로 촉발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여성을 자유롭게 발언하게 하려던 것이 이젠 거꾸로 돼서 사람들을 ‘올바르게’ 말하라고 위협하고 대오에 서지 않는 이들, 자신들과 함께 하지 않는 이들을 공모자·반역자라고 몰아세우는 식이 됐다”는 개탄이다.

이들은 “여성의 무릎을 만지거나 키스를 하려 했다거나 일방적으로 친밀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남성들이 자신의 직장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미투’ 캠페인이 해당 남성을 성범죄자와 같은 선상에서 취급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또 “남자들이 자신의 10년, 20년, 30년 전의 과거의 죄와 부적절했던 행동들을 끄집어내 뉘우치기를 요구받고 있다”면서 "고발자를 자처한 인물들이 (공인들의) 사생활로 침입해 공개 자백을 강요한다. 이는 사회에 전체주의의 기운을 심어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기고문 작성에는 '카트린 M의 성생활'이라는 에세이집으로 유명한 미술평론가 카트린 미예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자신들이 “남자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는 페미니즘에 동조하지 않는 여성들”이라고 밝히면서 "실상에서는 이런 상황이 성적 자유를 억압하는 종교적 극단주의 세력, 도덕적 반동주의자들의 이익을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고문은 구체적으로 어떤 이들이 ‘마녀 사냥’의 희생양이 됐는지 적시하지 않았다. 또 "우리는 성폭력과 적절하지 않은 유혹을 구분할 만큼 현명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미투’ 캠페인을 벌이는 이들은 이러한 구분을 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전제했다.

‘쉘부르의 우산’ ‘세브린느’ ‘8명의 여인들’에 출연한 세계적인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는 미투 캠페인 초기부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MeToo 해시태그가 한창 퍼져가고 있을 때 “이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도하다”면서 “문제 남성들을 보내버린 뒤에 다음 타깃은 ‘헤픈 여자’가 되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프랑스 영화배우 카트린 드뇌브의 전성기 활동 시절 모습. [중앙포토]

프랑스 영화배우 카트린 드뇌브의 전성기 활동 시절 모습. [중앙포토]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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