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도 못 피한 최저임금 역설 … 외국인 상담원 7명 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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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태국에서 이주한 A씨(38·여·광주광역시)는 지역 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일하며 국내 체류 중인 태국인 근로자와 이주여성들의 생활 상담을 해 왔다. 하지만 A씨는 새해 들어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일부 센터 상담원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다. 2010년부터 일해 온 A씨는 “많지 않은 급여를 받고 일하면서도 보람을 느꼈다”며 “임금 인상은 바라지도 않았는데 왜 직업을 잃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부, 국고 지원 대상자 줄여 #이주여성 “임금 인상 안 바랐는데 #왜 갑자기 직장 잃어야 하나요”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인 정부도 그 역풍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고용인원을 축소한 사례가 처음 확인됐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34개 외국인력지원센터(소지역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원 중 국고 지원 대상자가 지난해 59명에서 올해 52명으로 7명 축소됐다.

외국인력지역센터는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을 지원하는 단체로 해당 국가 출신이나 한국인 상담원의 급여를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한다. 이 예산은 지난해 7억2200만원에서 올해 9억82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크게 오르고, 1인당 국고 지원액이 110만원에서 157만3770원으로 늘어나며 인원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원 인원이 지난해 당초 50명이었지만 중간에 늘어 59명으로 운영됐다”며 “올해 예산상 반영 인력을 52명으로 늘렸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대상자 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으로 국고 지원금으로 상담원들을 고용해 온 일부 외국인력지원센터는 올해부터 몇몇 상담원을 어쩔 수 없이 해고했다. 경북 지역 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일하던 50대 한국인 상담원 여성 B씨도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었다. 해당 센터는 지난해까지 외국인 2명과 B씨 등 총 3명을 상담원으로 고용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이번에 인원을 2명으로 줄이면서 한 명이 일을 그만둬야 했다. B씨는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운 외국인들을 위해 상담원 일을 중단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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