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 매물 '0' … 실거래가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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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8.31 부동산종합대책 이후 한두 달 움츠러들었던 서울 강남 등지의 아파트값이 최근 다시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주택 수요에 비해 매물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재건축 규제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는데도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와 재건축 규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재건축 아파트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

◆ 약발 떨어진 8.31 대책=정부와 여당은 아파트값 상승이 투기 수요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8.31 대책의 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기획단의 이강래 의원은 지난달 21일 "자체 조사해 본 결과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계절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며 "일부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곳도 있어 8.31 대책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도 "7월 이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8.31 대책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론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정이 이달 말까지 재건축 규제를 포함한 8.31 후속 대책을 내놓기로 한 것도 최근 집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최근 집값 상승세를 얼마나 저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초 서울 강남의 대체지로 추진된 판교 신도시는 이미 대체지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변질됐다. 송파 신도시도 2009년께나 분양될 예정인 데다 50% 이상이 임대주택으로 지어져 사실상 강남 수요를 대체하기가 어렵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으론 집값 상승을 제어하기 힘들다"며 "규제와 동시에 적정한 수준의 공급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매물 기근'이 가격 상승 힘=주택가격 상승세는 서울 강남권과 목동, 분당 신도시, 분당 인근 경기도 용인시 등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정부 규제 강화 등으로 집값이 오를 만한 '재료'가 있거나 탄탄한 주택 수요가 뒷받침돼 '우량주'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만 수요가 몰리는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개업소들은 매물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한두 건 거래된 가격이 시세로 굳어진다고 말한다. 거래가격 이상으로 올라간 호가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양천구 목동 C공인 관계자는 "강남에 들어가기 부담스러워 이곳을 찾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어 가격이 강세를 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재건축 '묻지마 기대감' 고조=올 초 재건축시장의 재료였던 2종 주거지역 층수 제한 완화, 3종 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등이 정부의 재건축 규제 방침에 따라 모두 무산됐다. 게다가 정부는 이달 말 추가 재건축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그런데도 재건축 대상의 가격 상승세는 여전하다. 사업 속도가 빨라 정부의 추가 규제를 피할 것으로 보이는 단지뿐만 아니라 호재가 없는 단지들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230% 용적률을 기대하다가 210%로 지난달 최종 결정됐는데도 거래가격은 한 달 새 5000만원 이상 올랐다. 강동구 K공인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부 대책이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 부과가 본격화되고, 재건축 규제 정책이 시행되면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J&K 백준 사장은 "적지 않은 개발부담금이 부과되고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들이 나오면 재건축 시세에 끼어 있는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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