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로 지역 경제 악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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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총리의 골프 파문이 갈수록 번지자 부산지역 실업인들이 속병을 앓고 있다. 파문에 연루된 일부 기업 때문에 지역 경제계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기업활동에도 지장을 받고 있어서다. 한 중소 무역업체 대표는 "서울로 업무차 출장가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부산 기업에 대한 따가운 눈총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골프모임에 참석했던 기업인들에 대한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10일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과 강병중 부산방송 회장, 정순택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100만원이 아니라 40만원을 놓고 쳤다'는 해명서를 낸 게 이를 부채질했다.

이들은 해명서에서 "우리는 부산경제를 위해서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당당하게 만나서 이해와 지원을 호소할 것임을 거듭 밝힌다"고 주장했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당당하게 나와서 의혹을 밝혀야지 왜 숨어서 보도자료 한 장 덜렁 내놓느냐"며 "상금이 100만원이냐 40만원이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반응을 보였다. 골프 참가자들은 현재 휴대전화를 끈 채 각자 경영하는 회사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이 지역 상공계를 대표할 위치에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 기업인은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는 부산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 아니어서 '향토기업'으로 불릴 정도"라고 했다. 다른 기업인은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도 아니면서 무슨 자격으로 부산 경제를 논하느냐"며 불쾌해했다.

'부산 신항' 작명을 둘러싼 경남과의 갈등도 재연됐다. 경남도민으로 구성된 '진해신항 쟁취 범도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정순택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해명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7일 신항의 명칭 변경을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정 전 수석이 "골프모임이 최근 개장한 신항 명칭 결정에 대한 감사 표시로 마련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반응이다.

골프모임 당사자의 한 명인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한 부산상공회의소도 눈총을 받는다. 차기 회장단을 선출할 의원단을 이미 구성한 상태여서 예정대로 16일 총회를 열어 신 회장을 추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부산상의 입장이다.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상임의장은 "이번 사태로 부산지역 전 실업인들이 매도를 당하고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골프 참석자들이 전후 사정을 솔직하게 해명해야 부산 경제에 주는 주름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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