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날카로운 마찰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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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8강전> ●신진서 8단 ○탕웨이싱 9단

3보(30~46)=잠시 망설이던 신진서 8단은 31로 좌변의 큰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은 우변을 한 번 더 두어봤자 백으로부터 A 자리를 밀리는 것이 아픈 상황. 신 8단은 그럴 바에 차라리 다른 큰 곳을 차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듯하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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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백은 우변을 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 탕웨이싱 9단은 32로 침착하게 우변을 갈라쳤다. 3선의 저공비행이다. 실리적인 기풍의 탕웨이싱 9단은 평소 4선보다는 3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뒷일을 도모하는 모험적인 수보다는 당장 투자 가치를 돌려받을 수 있는 단단하고 확실한 수를 좋아한다. 백은 이어 34, 38로 차분하게 한 걸음씩 중앙으로 달음질쳤다.

신진서 8단은 우변을 힐끔 쳐다보더니 손을 돌려 39로 좌하귀에 침입했다. 상대의 손을 따라 두기보다는 내가 두고 싶은 곳을 두겠다는 의지다. 더구나 좌하귀는 현재 필연적으로 수가 날 수 밖에 없는 장소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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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45, 묘한 곳에 돌이 떨어졌다. 원성진 9단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지금과 같은 변화에서 45는 처음 보는 수다. 이는 '참고도'처럼 진행된다면 흑에 이득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순순히 상대의 뜻을 따를 탕웨이싱 9단이 아니다. 46으로 젖혀 강하게 반발했다. 처음으로 돌들이 부딪히며 날카로운 마찰음을 내고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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