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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이 돼버린 미 동부…JFK공항서 항공기 접촉사고도

중앙일보

입력

 겨울폭풍이 지난간 뒤 북극에서 빠져나온 찬기운이 미 동부를 꽁꽁 얼리고 있다. 100년만의 살인한파에 최소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파로 얼어붙은 나이아가라 폭포.폭포 주변 물안개까지 결빙됐다. [AP=연합뉴스]

한파로 얼어붙은 나이아가라 폭포.폭포 주변 물안개까지 결빙됐다.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뉴햄프셔주의 마운트 워싱턴 일대 최저 기온이 섭씨 영하 40도로 떨어졌지만 체감온도는 영하 70도로 느껴졌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뉴햄프셔주 산악지대 체감온도 영하 70도 #JFK공항, 착륙 이후 11시간만에 빠져나와 #터론토 공항에서는 항공기 충돌로 화재발생 #곳곳에서 노숙자 임시 보호소 확충

뉴욕은 영하 20도 인근까지 떨어졌다. 겨울폭풍으로 바닷물이 들이닥친 매사추세츠주 연안도시 리비어에는 주차된 자동차를 집어삼킨 바닷물이 그대로 얼어붙어 북극이 옮겨온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뉴욕시민인 스리 밴디는 “이 정도 추위는 난생 처음”이라며 “모든 것을 제압해버리는 이런 날씨와 살아야하다니 공포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추위는 8일부터 누그러질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섭씨 영하 20도 인근까지 떨어진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주변 바다에 빙하를 연상시키는 얼음이 떠다니고 있다.[게티이미지]

6일(현지시간) 섭씨 영하 20도 인근까지 떨어진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주변 바다에 빙하를 연상시키는 얼음이 떠다니고 있다.[게티이미지]

6일 하루 동안 미 전역에서 450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전날 1500편에서 많이 개선된 상태다. 그러나 3800여 편의 항공기가 연착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뉴욕의 관문인 JFK공항은 아수라장이었다.
활주로를 덮은 폭설이 치워지자 기다렸다는 듯 항공기 운항이 몰려들면서 큰 혼잡을 빚었다. 임신한 아내와 3살짜리 아이와 함께 파리여행에서 돌아온 알반 데노열은 5일 오후 10시 JFK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는데, 게이트까지 이동하는데 6시간, 짐을 찾기까지 5시간 걸려 다음날 오전 9시 공항을 빠져나간 사연을 트위터에 남겼다.

일부 게이트만 운영하면서 게이트 인근 혼잡도가 크게 높아졌다. 급기야 중국남방항공 소속 비행기 날개와 쿠웨이트항공 소속 비행기의 꼬리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이 타고있지 않은 상태여서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6일(현지시간) 캐나다 터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두대의 항공기가 충돌해 화재를 일으켰다. [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캐나다 터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두대의 항공기가 충돌해 화재를 일으켰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터론토의 피어슨 국제공항에서도 웨스트젯 항공과 선윙 항공의 비행기가 게이트 인근에서 충돌했다. 불길까지 일면서 168명의 승객이 긴급히 대피했다.

선윙 항공기가 게이트에서 뒤로 빠지다가 멕시코 칸쿤에서 착륙해 게이트로 진입하기 위해 서있던 웨스트젯 항공기와 부닥친 것. 선윙 항공기에는 승무원과 승객이 없었고, 웨스트젯 항공기에만 168명의 승객과 6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번 한파로 미 전역에서 6일 자정 현재 최소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위스콘신주에서 가장 많은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텍사스주에서 4명,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3명, 버지니아주에서 2명 등이다.

시카고시는 노숙자 700∼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 보호소를 긴급히 마련했다. 시카고에서만 노숙자가 8만2000명 정도로 늘어나 기존 시설에 이들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보스턴시도 67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노숙자 임시보호소를 열고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청은 정전사태가 발생하면서 난방이 공급되지 않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신고센터를 운영중이다. 하루종일 TV뉴스를 통해 난방 서비스를 받지못하는 시민들이 신고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수시로 고지했다.

뉴욕시는 저소득층 시민들에게 난방비를 보조해주는 프로그램 수혜 대상을 크게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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