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국민연금, 정말 2060년이면 바닥날까?

중앙일보

입력 2018.01.07 04:00

업데이트 2018.01.08 09:24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25)

아주 먼 옛날, 금과 은으로 장식된 값비싼 외투를 훔친 도둑이 있었다. 진가를 모르는 도둑은 그 외투를 시장 상인에게 ‘은화 백 닢’에 팔고 휘파람을 불며 돌아왔다. 친구가 겨우 그 값에 팔았느냐고 물었다. 도둑은 “백보다 더 큰 숫자도 있어?”라고 태연하게 대꾸했다. ‘무지한 도둑’이라는 동화다.

연금 재정전망, 여러 가정으로 짐작해 계산
결과값을 과신하거나 과장하는 것 피해야

장래의 공적연금 지출이 얼마나 늘어날지 우리는 잘 모른다. 모르면 태연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만 문제없으면 괜찮은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가 흔들려서는 안 돼서일까?

연금. [중앙포토]

연금. [중앙포토]

불과 30~40년 전 바우씨가 초창기 공직생활을 하던 시절의 일이다. 해마다 공무원연금의 수준과 지급조건이 조금씩 개선됐다. 모두가 “연금기금이 계속 쌓이고만 있잖아!”라고 태연하게 얘기했다. 앞을 내다보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공무원연금 재정 상황은 어떤가?

지금도 바우씨를 비롯한 연금수급자들은 정부가 연금재정 전망을 발표하는 것을 비판한다. “1~2년 앞도 예측하기 힘든데 60~70년 전망을 어떻게 믿어?” “괜히 맞지도 않는 것을 가지고 불안에 휩싸이게 해. 또 연금개혁하려고 분위기 잡는 거 아냐?” 이런저런 애꿎은 소리가 많다. 하지만 연금재정 장기전망은 꼭 해야 한다.

공적연금의 재정전망 기간은 보통 70년 이상이다. 왜 전망 기간을 이렇게 길게 해야 할까? 이유는 연금제도에 가입해서 연금수급을 마칠 때까지 기간이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 기간의 연금 수지 흐름을 파악해야 제도를 온전하게 운용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연금이 되려면

한편 연금제도는 장래의 어느 시점에 가서 재정이 어렵다고 연금액이나 보험료를 소급해서 조정할 수 없다. 그래서 연금정책 결정은 과거·현재·미래를 한 시폭(time span)에 놓고 해야 한다. 장래를 고려하지 않고 제도를 운용해서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따라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전망이 필요한 것이다.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연금재정 장기추계가 필요하다. [중앙포토]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연금재정 장기추계가 필요하다. [중앙포토]

연도별로 보험료 수입, 연금 지출 및 각종 재정지표를 추산해 내는 것이 연금재정 장기추계다. 가입과 탈퇴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수많은 제도가입자를 대상으로 추계해야 하니 계산과정은 복잡하다. 또한 경제 및 인구학적 변화 등을 고려해 수지 흐름을 추적해야 한다. 그러니 정교하게 구조화된 계산시스템이 필요하다.

재정 추계를 위한 계산시스템은 ①계산모형 ②계산가정(假定) ③계산결과 ④계산지표라는 네 가지 추계모듈로 구성된다.
계산모형은 가입자·수급자 등 인원추계, 소득추계, 수입·지출추계 등 전체 과정을 합리적으로 나타낸 추계설계도다. 계산가정은 계산모형에 적용할 가정변수들을 산출하는 과정이다. 주요 가정으로 가입, 소득, 연금 개시 및 소멸 등 가입자의 변동에 관한 가정과 임금상승률, 물가변동률, 이자율 등 경제변수들이 있다. 계산결과는 계산모형에 계산가정을 대입해 얻은 결과물이다. 연도별 보험료 수입과 연금 지출 및 기금규모 등이다. 계산지표는 다양한 계산결과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상호 비교 진단하는 지표다.

연금재정 추계의 결괏값을 과신하거나 과장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국민연금기금 고갈을 2060년으로 추계했는데, 어느 통계학자가 사망률을 달리 적용했더니 고갈연도가 몇 년 앞당겨졌다. 이때부터 공식추계가 틀리느니, 정부가 의도적으로 결과를 조작했느니 하는 논쟁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런 소모적인 논쟁은 장기추계의 속성을 몰라서 그렇다. 먼 미래를 추정하다 보니 많은 가정이 들어간다. 가정이 바뀌면 결과는 다르게 나온다. 정확한 수치를 내는 게 아니고 ‘짐작하여 계산’하는 것이 추계다.

추계 값이 절대 금액을 지나치게 믿거나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중앙포토]

추계 값이 절대 금액을 지나치게 믿거나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중앙포토]

또한 추계 값의 절대 금액을 지나치게 믿거나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결과 정부의 재정 부담이 향후 70년간 497조원 절감된다는 식의 발표는 좀 곤란하다. 사실 이 금액은 할인율을 조금만 조정해도 300조가 되거나 700조가 된다. 그래서 ‘추계결과 절대수치’보다는 ‘추계지표 변화흐름’을 가지고 제도개선 효과를 판단하고 알리는 게 옳다. 예를 들어 공무원인건비 대비 연금지출이나 정부보전액이 몇 %인지 나타내는 ‘지출률’과 ‘보전율’의 변화추이가 정책효과 판단에 훨씬 유용하다.

5년마다 재정계산 다시 해

연금재정 추계에 사용된 가정들은 몇 년이 지나면 수정되어야 한다. 내외부적 환경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가정을 기초로 장기전망을 다시 한다. 이것이 재정재계산제도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5년마다 재정계산을 다시 한다.

재정재계산제도는 정기적으로 재정전망을 다시 점검하는 데 의의가 있다. 아울러 이를 근거로 연금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그리고 처방도 내릴 수 있다. 이런 재정계산의 중요성 때문에 계산은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왜곡된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가정변수를 조정해서는 안 된다.

연금재정 장기추계는 연금제도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는 일이다. 연금제도의 움직임을 가장 높은 차원에서 개괄적으로 파악한 다음 행위를 결정해야 전략적 대응이 가능하다. 바람직한 연금제도를 꾸려가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가 재정 추계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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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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