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때 성추행 당한 여성 9년 뒤 소송 … 1000만원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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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2세 때 어머니와 동거하던 중년 남성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던 20대 여성이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배상 판결을 받았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K씨(21.전남 목포)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1998년 2월께.

정신장애가 있는 어머니 박모(45)씨는 우연히 알게 된 이모(57.무직)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이후 이씨는 박씨가 집을 비울 때마다 K씨 방에 들어와 강제로 옷을 벗기거나, 가슴 등에 손을 넣는 등 성추행을 했다. 이를 두려워해 K씨가 친구 집에서 자고 들어오면 "외박했으니 몸을 검사해야 한다"며 치근댔다. 이런 식으로 이듬해 2월까지 20여 차례나 성추행을 당했다. K씨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중학교 2학년 때 가출해 학업마저 포기했다. 성추행 사실은 친척 황모(58)씨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이유를 추궁하면서 밝혀졌다.

K씨는 처음엔 수치심 때문에 '과거'를 묻어두려 했다. 그러나 황씨의 설득에 따라 이씨를 형사고소했다. 이씨는 미성년자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5월 1심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후 K씨는 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냈다. 소송 비용은 저소득층에 대한 법률 지원 활동을 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았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이씨는 K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K씨 측은 "이씨가 워낙 재산이 없어 1000만원만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해 경찰조사에만 10개월이 걸렸고, 소송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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