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일 품삯 + 생계보조비 600만원을 장학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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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큰 돈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잖아."

기초생활수급대상인 80대 할머니가 30여 년간 모은 쌈짓돈 6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놨다. 최근 경북 칠곡군 북삼읍사무소에 장학금을 기탁한 장봉순(83.사진)할머니가 주인공. 장씨는 정부의 생계보조비 30만원과 경로연금 5만원 등 35만원으로 한 달을 나는 기초생활 수급대상자이다. 17세에 결혼해 한때 부유하게 살았으나 남편의 빚 보증으로 재산을 날렸고, 남편이 사망한 20년 전부터는 세평이 채 안 되는 단칸방에서 혼자서 살고 있다. 슬하에 자식도 두지 못했다. 하지만 70세까지 공사장 막노동.청소일 등으로 스스로 생계를 이어왔다.

"남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갑자기 죽기라도 하면 그것을 못하잖아." 장씨는 30여년간 모은 전 재산 중 자신의 장례비와 생활비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장학금으로 내놓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북삼읍사무소 사회복지사 박경미(33)씨가 일주일에 한번씩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장씨를 찾아 말벗이 돼주고 있다. 읍사무소 측은 장씨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주민들로부터 성금을 모아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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