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헌이 취미생활이냐"비아냥속에 아베는 "역사적 사명"주장

중앙일보

입력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연말연시에도, 자위대는 24시간 태세로 영토와 영해,영공을 지키고 있다.…그 강한 사명감과 책임감에 새삼 경의를 표한다."
 이렇게 시작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4일 신년 기자회견 이후 일본에서 개헌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일 미에현 이세시에 있는 이세신궁을 찾아 참배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그는 이날 신년회견에서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미에 교도=연합뉴스]

지난 4일 미에현 이세시에 있는 이세신궁을 찾아 참배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그는 이날 신년회견에서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미에 교도=연합뉴스]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는 건 아베 총리가 주장하는 평화헌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는 최근 "자위대를 둘러싼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연일 의지를 다지고 있다.

신년회견 이어 자민당 시무식서 연일 '개헌'기치 #제1야당 에다노 대표는 "아베 총리의 취미"직격탄 #아베는 올해 개헌안 국회 처리 총력전 벌일 예정 #일왕 퇴위전 국민투표,2020년 시행이 목표 #연립여당 공명당과 일부 야당 설득이 숙제 #

그런 아베 총리가 신년 기자회견을 자위대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한 건 올해야 말로 개헌 승부수를 걸겠다는 뜻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분석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회견에서 "올해야 말로 새로운 시대에 희망을 주는 헌법의 모습을 국민에게 확실하게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아베의 기세는 5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자민당 시무식에 참석한 그는 개헌과 관련 "시대(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의 모습, 그 이상적인 모습을 생각하면서 (개헌)논의를 해나가는 것이 우리들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5월 3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서 개헌파 집회가 열린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5월 3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서 개헌파 집회가 열린 가운데 아베 신조 총리의 영상 메시지가 상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겉으로는 "정해진 스케줄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심으로는 ‘개정헌법의 2020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2019년 보다 올해가 그에겐 더 중요하다.

내년 여름엔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개헌에 적극적인 세력이 개헌안 통과를 위한 3분의 2선을 확보한다는 보장이 없다.
또 그해(2019년) 4월엔 일왕의 생전 퇴위라는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엄숙해야할 일왕의 퇴위 분위기속에서 국민 여론이 둘로 찢어질 수 밖에 없는 민감한 개헌 문제로 나라를 뒤집어 놓기란 그로서도 부담스럽다.

그런 차원에서 아사히 신문은 "아베 총리와 관저의 목표는 올해 후반 개헌안 국회 발의"라고 분석했다.
'발의'란 중의원과 참의원 공히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개헌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는 절차다.

 1월22일 소집되는 통상국회(정기국회)를 대폭 연장하거나,또는 올 가을 임시국회를 소집해 개헌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면 그 뒤 60일~180일 사이에 실시토록 돼 있는 개헌 국민투표를 일왕 퇴위전인 2019년 초에 치러 절차를 마무리하는 게 아베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런 자민당의 구상에 대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토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개헌이라면 적극적으로 하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개헌이) 아베 총리의 취미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작업을 ‘걸핏하면 들고 나오는 취미’수준으로 평가절하한 것이다.
입헌민주당은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면 자위권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공산당도 "평화헌법 9조의 개정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개헌에 반대하는 정당들이 의석수 면에서 자민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체라는 게 문제다. 중의원의 경우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개헌선인 310석을 넘는 312석인데 반해 제1당인 입헌민주당은 54석, 공산당은 12석에 불과하다.

따라서 여야의 대립속에서 키를 쥐고 있는 건 '연립여당에 속해 있지만 개헌에 미온적인' 공명당과,야당에 속해있지만 개헌에 적극적인 ‘희망의 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일본 국민을 상대로한 여론조사 결과는 엇갈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지난 12월 조사에선 ‘헌법 9조를 바꿔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자’는 아베 총리의 주장에 대해 찬성 46%,반대 39%였다.
반면 도쿄신문 조사에선 헌법 9조 개헌에 대해 ‘필요하지 않다’가 53%, ‘필요하다’는 41.2%였다.
국회에선 야당을 찬성 진영으로 잔뜩 끌어들이고, 이후엔 국민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는 작업에 아베 총리가 올해 내내 매달릴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