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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전국 첫 ‘이동형 구급센터’ 도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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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8월 8일 부산 금정구 서동에 사는 6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119안전센터의 구급차가 이미 다른 현장에 출동한 뒤여서 16㎞ 떨어진 서동 119안전센터가 급히 출동했다. 20분가량 걸려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60대 남성은 이미 숨진 뒤였다. 최소한 5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심정지 환자의 생존 확률이 높아지는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부산소방본부, 8월부터 현장 운영 #5분 내 현장도착률 낮은 지역 배치 #안전센터 증설보다 투입비용 적어

부산소방본부는 골든타임을 놓쳐 안타깝게 사망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이동형 구급센터를 도입한다. 전국 최초다. 골든타임인 5분 이내 현장 도착률이 현저하게 낮은 지역이나 구급 수요가 많은 곳에 배치하기 위해서다.

부산소방본부가 올해 8월 시범 운영할 이동형 구급센터의 카라반 외부 모습. [사진 부산소방본부]

부산소방본부가 올해 8월 시범 운영할 이동형 구급센터의 카라반 외부 모습. [사진 부산소방본부]

부산소방본부는 4일 “시비 6000만원을 확보해 다음 달 중에 이동형 구급센터 제작에 착수한다”며 “오는 8월이면 부산 수영구 남천동이나 동래구 수안동 중 1곳에 이동형 구급센터를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천동은 구급차 5분 이내 도착률이 2016년 24.2%로 부산 전체 평균인 52.4%의 절반 수준이다. 수안동은 구급차 1대당 출동 건수가 4634건으로 부산의 전체 평균인 2904건보다 1.5배 많다.

119안전센터 건립에는 17억원의 비용이 들고 3년의 세월이 소요되는 반면 이동형 구급센터는 구급 카라반 제작에 6000만원이 소요될 뿐이다. 제작 기간은 3개월 정도다. 부산 소방본부 관계자는 “구급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119안전센터 증설을 검토하다가 비용·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이동형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동형 구급센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전기·수도 공급이 쉬운 공공기관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보안에 취약할 수 있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 사용의 한계로 남성 구급대원 위주로 구급대를 편성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부산 소방본부 관계자는 “부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고 판단돼 이동형 구급센터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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