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포스트 알파고 시대의 트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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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강전> ●신진서 8단 ○탕웨이싱 9단 

2보(15~30)=탕웨이싱 9단은 16으로 곧장 3·3부터 들어갔다.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 이후 '묻지마 3·3 침입'은 프로기사들의 바둑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포스트 알파고 시대에 등장한 바둑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해야 할까.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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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나타나기 전까지, 초반에 일찌감치 3·3부터 들어가는 것은 엄청난 악수로 여겼다. 귀에 변변찮은 집을 짓는 대가로 상대가 큰 세력을 쌓도록 도와주는 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파고가 3·3을 즐겨 쓰는 것을 보고 3·3 침입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가 이뤄졌다. 3·3이야말로 알파고가 인간 바둑에 남긴 대표적인 흔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두 기사는 초반을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세계대회는 한 판 한 판이 중요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험한 전투가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선수들은 실험적인 수를 두기보다는 최대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바둑을 만들기 위해 서로 눈치작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참고도

참고도

30까지 우하귀 진행은 일단락. 그런데 다음 수를 둬야 하는 신진서 8단의 생각이 길어진다. '참고도'처럼 시원하게 밀어보고도 싶지만, 이렇게 되면 상대에게 손쉽게 실리를 쥐여주는 것 같아서 꺼려진다. 그의 다음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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