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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골프공을 김정은이라 생각하고 때리느냐"는 질문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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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지 TV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베 신조 총리(가운데). 왼쪽은 프로그램 진행자인 코미디언 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 [후지TV 캡처]

일본 후지 TV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베 신조 총리(가운데). 왼쪽은 프로그램 진행자인 코미디언 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 [후지TV 캡처]

"골프공이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때리는 것이냐."
3일 밤 일본 후지 TV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골프를 친다. 골프공을 맘껏 친다"고 하자 사회자인 기타노 다케시(코미디언 겸 영화감독)가 던진 질문이었다.

후지TV 예능프로 출연 "그 질문엔 대답 안해" #"트럼프 속임수 쓰느냐"는 패널 질문엔 #"미일관계 악영향 미칠 질문 말라" 조크 #벙커 해프닝 "급해서 높은데로 나오려다" #"트럼프와 골프 때는 퍼트 OK 거리 길다" #"말못해 답답할 땐 나만의 호흡법으로 참아" # 부러운 사람은 이시하라 전 도쿄도지사

주변에서 폭소가 터져 나오자 아베 총리도 껄껄 웃으면서 "여기엔(이 질문에는)반응하지 않겠다"고 했고 패널들 사이에선  "현명한 결정"이란 반응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앞)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5일 오후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서로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하고 있다. 이들의 두 번째 골프 회동이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앞)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5일 오후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서로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하고 있다. 이들의 두 번째 골프 회동이었다. [연합뉴스]

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 말에 녹화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신년사 방영 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을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는데 골프는 잘 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아베 총리는 "샷 비거리도 엄청 길고, 잘 친다"고 답했다. 사회자가 다시 '트럼프는 속임수를 잘 부리지 않느냐'고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아베는 폭소를 터트리며 "그런 것 전혀 없다"며 "미일관계를 나쁘게 하는,악영향을 미치는 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웃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칠 때는 퍼트를 할 때 보통 사람들보다 OK(컨시드·거리가 가까워 퍼트를 성공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것)를 더 잘 주느냐'는 질문엔 "보통 사람들이 칠 때보다는 (OK를 주는 거리가) 길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초 도쿄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라운딩 당시 벙커에서 급하게 나오려다 넘어졌던 아베 총리는 "원래 벙커턱이 낮은 쪽으로 나와야 하는데 급해서 높은 쪽으로 나오다가 다리가 버티지 못해 넘어졌다"며 "당시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어났는데 영국 BBC에 방송이 돼… (다 들통이 났다)"고 했다.

이어 "이어 APEC회의 때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몸이 아주 유연하더라. 체조를 했으면 일류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하길래, 난 외교는 유연성이라고 응수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아베는 "잘 친 샷도 있는데 잘못친 샷이 주로 방송된다"는 말도 했다.

지난해 11월 5일 사이타마현 소재 골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빨간색 원)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파란색 원)이 골프를 치다아베 총리가 벙커에서 구르는 모습[사진 TV도쿄]

지난해 11월 5일 사이타마현 소재 골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빨간색 원)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파란색 원)이 골프를 치다아베 총리가 벙커에서 구르는 모습[사진 TV도쿄]

이날 아베 총리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은 ‘내가 질투한 사람은 누구’였다. 인생을 살아오며 가장 질투했던 대상이 누구였는지를 고백하는 내용이었다.

아베 총리는 "정치를 하면서 스승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지만 누구를 존경하느냐와 누구를 질투하느냐는 좀 다른 문제”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선 망언제조기로 통했던 이시하라 신타로(85) 전 도쿄도지사를 질투의 대상으로 꼽았다.

아베 총리는 "(문학상인)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가이기도 하고, 요트를 좋아해 언제나 바다로 나가고, 정치를 하면서도 항상 도전적이었고, 여론에도 도전적이었다. 미남이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서도 모든 것을 손에 넣더라"며 "그래서 조금 질투를 했다"고 고백했다.

아베 총리는 "아버지(아베 신타로 전 외상)비서관을 할 때 젊은 시절의 이시하라 전 지사가 외무성을 찾아왔는데 그 때 상하 모두 하얀 양복을 입고 왔더라. 외무성의 모든 여성들이 그와 악수를 하고 싶어 다 모여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시하라와 달리 총리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얘기를 다 못할텐데 답답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아베는 "나는 호흡법으로 참는다. 4번에 들이쉬고 8번에 내쉬는 호흡법"이라고 답했다.

일본 후지 TV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베 신조 총리. [후지TV 캡처]

일본 후지 TV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베 신조 총리. [후지TV 캡처]

일본 후지 TV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베 신조 총리(가운데). 왼쪽은 프로그램 진행자인 코미디언 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 [후지TV 캡처]

일본 후지 TV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베 신조 총리(가운데). 왼쪽은 프로그램 진행자인 코미디언 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 [후지TV 캡처]

이날 아베 총리는 방송 내내 농담을 섞어가며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 사회자인 기타노 다케시는 녹화 뒤 "거북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방송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고 있더라"고 치켜세웠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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