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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25년 만에 새단장한 청주 고인쇄박물관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1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고인쇄박물관. 수능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금속활자로 이뤄진 인판(印板·책을 찍을때 사용하는 인쇄판)을 꼼꼼히 살펴봤다. 78장으로 만들어진 이 활자판은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1377)’의 인판을 옛 방식 그대로 복원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 역사와 주조과정 한눈에 #직지 상하권 5년에 걸쳐 78장 인쇄판 옛 방식으로 복원해 전시 #직지 소개 동영상과 해설 내용은 담은 전자책도 갖춰 #청주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유치로 기록분야 메카 기대

직지 상·하권 내용을 담아 모두 3만개의 금속활자가 쓰였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01호 임인호(55) 금속활자장이 2011년부터 5년 동안 전통 주물기법인 밀랍주조법으로 복원했다. 박물관을 방문한 임명준(18)군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진 직지의 탄생과 발견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며 “선조들의 정교한 금속활자 제조기술이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개관 25년 만에 전시실을 개편했다. 3일 청주시에 따르면 6억9700만원을 들여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박물관 동선을 재구성하고 직지 관련 디지털 콘텐트를 추가하는 등 고인쇄박물관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했다.

청주 고인쇄박물관 전경. 최종권 기자

청주 고인쇄박물관 전경. 최종권 기자

고인쇄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금속활자 인쇄판. 2015년부터 5년에 걸쳐 옛 방식으로 직지 상하권 78장을 모두 복원했다. 최종권 기자

고인쇄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금속활자 인쇄판. 2015년부터 5년에 걸쳐 옛 방식으로 직지 상하권 78장을 모두 복원했다. 최종권 기자

고인쇄박물관은 직지와 함께 ‘금속활자의 도시’ 청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문화시설이다. 1992년 4만990㎡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세미나실과 기획전시실, 5개 상설전시관을 갖췄다.연간 13만명이 박물관을 방문한다.

고인쇄박물관 자리는 직지가 인쇄된 옛 흥덕사가 있던 장소다. 흥덕사에서는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금속활자를 직접 주조해 직지를 인쇄했다. 1985년 청주시 운천동 택지개발사업 도중 흥덕사라고 새겨진 청동 금구(禁口)가 발견되면서 직지의 탄생지가 지금의 청주 운천동으로 확인됐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2001년 직지(하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기념패와 인증서 원본을 볼 수 있다.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1455년)’ 보다 78년 앞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다. 직지 상권은 남아있는 금속활자본이 없고 여주 취암사 등에서 간행된 목판본만 존재한다.직지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 문헌실에 보관돼 있다.

고인쇄박물관에 전시된 금속활자. 최종권 기자

고인쇄박물관에 전시된 금속활자. 최종권 기자

고인쇄박물관에 전시된 밀랍가지. 금속활자를 만들기 전에 밀랍에 글자를 새긴 뒤 글자 다발을 모아 밀랍가지를 만든다. 이후 주형틀에 넣은 뒤 쇳물을 붓는 작업이 마치면 금속활자가 만들어 진다. 최종권 기자

고인쇄박물관에 전시된 밀랍가지. 금속활자를 만들기 전에 밀랍에 글자를 새긴 뒤 글자 다발을 모아 밀랍가지를 만든다. 이후 주형틀에 넣은 뒤 쇳물을 붓는 작업이 마치면 금속활자가 만들어 진다. 최종권 기자

고인쇄박물관에는 직지 소개 영상과 조형물, 직지 목판본과 필사본 등을 볼 수 있다. 이 밖에 고려 금속활자인쇄술과 목판인쇄, 직지 소개 등의 코너도 마련됐다. 황정하 학예실장은 “직지를 보다 쉽게 알리기 위해 직지 홀로그램과 디지털 콘텐트 체험 공간을 전시실에 마련했다”며 “원형 콘크리트였던 박물관 지붕을 동판으로 바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 인쇄한 곳이라는 문화적 상징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금속활자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미니어처와 그림도 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밀랍에 글자를 새겨 주형틀에 쇳물을 부어 금속활자를 완성하는 과정을 상세히 볼 수 있다. 박물관 맞은편에 위치한 금속활자전수관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임인호 활자장이 옛 방식으로 금속활자를 만드는 과정도 직접 볼 수 있다. 김요한(18)군은 “한자로 이뤄진 직지의 해설본을 전자책으로 읽어볼 수 있는 공간이 기억에 남는다”며 “직지는 불교의 경전이 아니라, 부처와 인도·중국의 스님들의 말씀과 편지글, 시 등 307편을 뽑아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만든 교과서라는 사실을 이곳에 와서 알았다”고 말했다.

직지(하권)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인증받았다. 금속활자로 찍은 직지 하권 원본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 최종권 기자

직지(하권)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인증받았다. 금속활자로 찍은 직지 하권 원본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 최종권 기자

고인쇄박물관에 가면 미니어처를 통해 금속활자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다. 최종권 기자

고인쇄박물관에 가면 미니어처를 통해 금속활자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다. 최종권 기자

청주시는 고인쇄박물관 건립과 함께 직지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 2003년부터 직지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2004년부터 ‘유네스코 직지상’을 제정, 기록유산 보전에 기여한 사람과 단체에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2007년 고인쇄박물관과 청주예술의전당 일대를 ‘직지 특구’로 지정해 특화단지 조성에 나서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난해 11월 청주에 국제기록유산센터(ICDH)를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도 직지의 영향이 컸다. 국제기록유산센터는 세계 각국에서 보관하고 있는 기록유산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체계적인 사후관리를 위해 설립된다. 청주가 금속활자 인쇄가 최초로 이뤄진 장소라는 점과 유네스코 ‘직지상’을 지원하면서 구축해 온 유·무형의 국제적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고인쇄박물관 앞에는 금속활자전수관이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금속활자 주조과정을 재현한다. 최종권 기자

고인쇄박물관 앞에는 금속활자전수관이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금속활자 주조과정을 재현한다. 최종권 기자

고인쇄박물관에 전시된 직지 모빌. 최종권 기자

고인쇄박물관에 전시된 직지 모빌. 최종권 기자

이승철 고인쇄박물관 직지코리아 팀장은 “고인쇄박물관 등 직지특구를 중심으로 기록유산을 보존하려는 청주시의 지원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국제기록유산센터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기록과 관련된 각국 실무자들이 청주에서 연수를 받게 된다.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정책연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직지도 전 세계에 홍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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