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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회주의 중국보다 규제 많다는 박용만 회장의 절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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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해 그야말로 문턱이 닳도록 국회를 드나들었다. 17만 상공인을 대표하는 그는 “발이 아플 정도로 많이 다녔는데 우리의 호소에 반응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허망하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어제 공개된 신년 인터뷰에서다. 그럴 만한 것이 그가 국회를 다섯 번이나 찾아가 기업의 애로를 호소했는데도 국회의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젠 절규라도 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의 요청은 기업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낡은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정당한 요청이다. 지금 국내 기업들은 관치 경제 시대의 낡은 규제에 가로막혀 신기술과 융·복합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한 발도 못 나가고 있다. 박 회장은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도 소개했다. “세계 100대 혁신 기업을 뽑아 그 사업 모델이 한국에서 할 수 있겠는가 보니 절반이 넘는 사업이 한국에선 불가능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특혜”라면서 규제개혁 법안을 외면한 채 최저임금 1만원 조기 달성을 비롯한 J노믹스 드라이브 걸기에 여념이 없다. 오죽하면 박 회장이 “한국의 유일한 경쟁력이 스피드인데, 국회가 그 장점을 와해한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했겠는가. 그러면서 “20대 국회가 발의한 기업 법안 1000건 중 700건이 규제 법안”이라며 “사회주의국가 중국보다 규제가 많다”고 개탄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반도체 착시 현상이 걷힐 경우 마주하게 될 한국 경제의 부실한 체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수출 증가율이 4%대(지난해 15.8%)로 내려앉으리라는 우울한 예측을 내놓았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이 침체하면 재정으로 돈을 뿌리는 J노믹스도 굴러가기 쉽지 않다. 이제 J노믹스의 방향을 현실에 맞춰 대폭 수정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