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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꿈꾸는 ‘연아 키즈’ 쑥쑥 자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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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연아의 뒤를 이어 ‘피겨 여왕’을 꿈꾸는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 피겨 여자 싱글의 김예림·임은수·안소현·박소연(왼쪽부터)이 잠시 빙판 위를 떠나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하퍼스 바자 코리아 김외밀 작가]

김연아의 뒤를 이어 ‘피겨 여왕’을 꿈꾸는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 피겨 여자 싱글의 김예림·임은수·안소현·박소연(왼쪽부터)이 잠시 빙판 위를 떠나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하퍼스 바자 코리아 김외밀 작가]

2014년 2월 21일. ‘피겨 여왕’ 김연아(28)가 2014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은메달을 목에 건 날이다. 선수로 출전한 마지막 경기였다. 그날 이후 김연아는 태극마크가 달린 경기복을 입지 않았고, 김연아 덕분에 ‘피겨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은 다시 ‘피겨 불모지’처럼 잠잠해졌다.

소치 올림픽 후 한국 피겨 다시 잠잠 #아시안게임 금 최다빈 평창행 유력 #김하늘·안소현 남은 티켓 확보 경쟁 #10대 중반 임은수·김예림·유영 #주니어 국제대회 잇따라 상위권 #2022년 대회서 빛날 황금세대

사실 한국의 피겨 인프라는 척박하다. 엘리트 선수는 남녀를 합쳐 100여명, 피겨 전용경기장은 0개다. 피겨 역사를 새로 쓴 김연아가 나온 게 ‘기적’이라 할 정도다. 그로부터 4년. 어려운 환경 속에서 또다시 꽃망울이 맺히고 있다. ‘피겨 여왕’을 잇는 ‘피겨 공주’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피겨선수 박소연. [사진 하퍼스 바자 코리아 김외밀 작가]

피겨선수 박소연. [사진 하퍼스 바자 코리아 김외밀 작가]

여자 싱글의 ‘맏언니’ 박소연(21·단국대)은 김연아와 함께 소치올림픽에 출전했다. 당시 긴장 탓에 실수해 21위에 그쳤다. 하지만 한 달 뒤 2014 세계선수권에서 9위를 차지하며, 김연아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톱10에 들었다. 청순한 외모로 사랑받는 박소연은 김연아 이후 한국 여자 피겨의 간판선수였다. 그러다 2016년 말, 다리 골절상을 당해 오랜 시간 재활에 매달렸다. 경기력도 떨어진 상황이라 다음 달 개막하는 평창올림픽 출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도 박소연은 “어릴 때부터 꼭 나가고 싶은 대회였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겠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소연의 부상으로 간판선수가 없던 여자 피겨에 최다빈(18·수리고)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선 한국 피겨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키는 1m55㎝로 좀 작은 편이지만, 정확한 점프로 아시아를 평정했다. 기세를 몰아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10위를 차지했다. 그 덕분에 한국의 평창올림픽 여자 싱글 출전권은 2장이 됐다.

왼쪽부터 최다빈, 김예림, 임은수, 박소연, 안소현.

왼쪽부터 최다빈, 김예림, 임은수, 박소연, 안소현.

평창행이 유력한 최다빈은 김연아로부터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최근 김연아가 코치로 나서서 최다빈의 연기를 지도하는 장면이 한 통신사 광고로 방영됐다. 실제로 김연아는 최다빈에게 피겨와 관련해서 많이 조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다빈은 “평창에서는 실수 없는 연기를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하늘(16·평촌중)과 안소현(17·신목고)도 주목받는 ‘피겨 공주’다. 둘은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다빈이 1·2차 선발전 합산 350.16점으로 평창행 티켓을 사실상 확보한 가운데, 김하늘(333.35점), 안소현(319.93점)이 그 뒤를 따른다. 티켓의 주인공은 오는 5~7일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리는 피겨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확정된다.

김연아와 함께 빙상장에서 평창올림픽 캠페인 광고를 찍은 최다빈(오른쪽). [사진 최다빈 SNS]

김연아와 함께 빙상장에서 평창올림픽 캠페인 광고를 찍은 최다빈(오른쪽). [사진 최다빈 SNS]

‘포스트 김연아’의 진짜 황금세대는 따로 있다. ‘연아 키즈(Yuna Kids)’로 불리는 임은수(15·한강중), 김예림(15·도장중), 유영(14·과천중)이 그들이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면서 피겨에 입문했다. 만 16세 미만이라서 올림픽에 출전하지는 못하지만, 4년 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선 메달을 충분히 기대할 만한 선수들이다.

피겨선수 임은수(왼쪽)와 김예림. [사진 하퍼스 바자 코리아 김외밀 작가]

피겨선수 임은수(왼쪽)와 김예림. [사진 하퍼스 바자 코리아 김외밀 작가]

임은수는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시원시원한 점프를 앞세워 4위에 올랐다. 김연아 이후로는 첫 5위 이내 진입이다. 나이는 어려도 다양한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김연아를 가르쳤던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는 임은수를 본 뒤 “세계적 선수가 될 자질이 있다”고 했다. 김예림은 동갑인 임은수와 엎치락뒤치락하며 국내 1, 2위를 다툰다. 차분한 성격처럼 기복 없는 연기가 장점이다. 방상아 SBS 피겨 해설위원은 “임은수와 김예림은 점프·스케이팅 등 기본기를 잘 갖췄다”고 평가했다.

임은수·김예림보다도 한 살 어린 유영은, 언니들을 제치고 수차례 국내대회 정상에 올랐다. 타노 점프(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뛰는 점프)가 장기인 유영은, 11살이던 2015년 피겨종합선수권에서 최연소 우승했다. 당시 김연아는 “(유영은) 내가 초등학생일 때보다 잘한다”고 칭찬했다.

김연아와 유영. [사진 유영 SNS]

김연아와 유영. [사진 유영 SNS]

유영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회장배 랭킹대회에서 197.56점을 얻었다. 김연아 이후 국내 대회 여자 싱글 최고점이다. 김연아와 함께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도 했던 유영은 “평창올림픽은 못 나가지만, 베이징올림픽 때는 (김)연아 언니처럼 꼭 시상대에 서겠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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