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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마이크로칩 어깨에 심고 처음 경주 땅 벗어나는 '동경이'

중앙일보

입력

동경이. [사진 최석규 사업단장]

동경이. [사진 최석규 사업단장]

순수 혈통, 귀한 대접을 받는 천연기념물 제540호 경주개 '동경이'가 처음으로 경주 땅을 벗어난다. 사단법인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 최석규 사업단장(동국대 생태교육원 교수)은 1일 "이달 20일 협회 이사회(9명)를 열어, 분양 자격 기준을 확정한 뒤 동경이 가족 찾기에 나선다"고 말했다. 동경이의 첫 외지 반출, 즉 일반 분양이 시작되는 것이다. 보존협회는 교수, 수의사, 애견 훈련사로 구성된 일종의 동경이 보호 단체다.

20일 협회 이사회 거쳐 세부 규칙 등 확정 #일반 분양 첫 시작, 까다로운 규정 만들어 #다른 개 키우면 안됨, 교배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혈통 보존 마이크로칩 어깨 심고, 왼쪽 귀 문신도

동경이. [사진 최석규 사업단장]

동경이. [사진 최석규 사업단장]

동경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종견이다. 꼬리가 아주 짧은 게 특징이다. 개체에 따라서는 꼬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진돗개·삽살개에 이어 2012년 11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동경이는 경북 경주시 강동읍 양동마을 등 경주에만 487마리(1일 현재)가 있다.

 동경이. [사진 최석규 사업단장]

동경이. [사진 최석규 사업단장]

지금까진 혈통을 지키기 위해 외지 반출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그렇다 보니 시중에 동경이라고 이름 붙인 유사견까지 등장해 거래될 정도다. 2~3년전 배우 전지현씨가 분양을 신청했지만, 가족으로 동경이를 맞지 못할만큼 반출 규정이 엄격했다고 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동경이. [사진 최석규 사업단장]

동경이. [사진 최석규 사업단장]

외지 반출이 시작되지만, 동경이를 가족으로 맞는 것은 쉽지 않다. 순수 혈통을 지키기 위한 엄격한 규칙과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동경이를 분양받기 위해선 다른 개를 집에서 키우고 있으면 안 된다. 적절한 넓이의 사육장을 갖춰야 한다. 협회의 현장 점검도 받아야 한다. 동경이를 잘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면접도 통과해야 한다.

과거 동경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사진. [사진 최석규 사업단장]

과거 동경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사진. [사진 최석규 사업단장]

동경이를 가족으로 맞은 뒤에도 까다롭다. 주기적으로 협회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받아야 하고, 건강 상태도 알려야 한다. 특히 동경이가 발정이 나는 등 교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면 협회에 알리고 지정해준 장소에서만 진행해야 한다. 새끼를 놓으면, 협회에서 회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동경이 학살 자료. [자료 최석규 사업단장]

동경이 학살 자료. [자료 최석규 사업단장]

동경이의 혈통을 지키기 위해 협회도 모든 동경이 왼쪽 어깨에 0.5㎝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심는다. 왼쪽 귀에도 숫자가 쓰인 색인표를 문신처럼 새긴다. 혈통서도 마리당 각각 따로 만든다.

최 단장은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규칙이 정해지면서 일부 규정에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론 첫째도 순수 혈통, 둘째도 순수 혈통 지키기가 우선이다. 엄격한 분양 규정이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수한 토종개 동경이를 세상에 알리고, 개체 수도 늘리기 위해 일반 분양을 처음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분양 동경이는 생후 1~3개월 강아지다. 분양 희망자는 협회에 연락해 신청하고, 심사 후 분양자로 결정나면 100만원~15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동경이. [사진 최석규 사업단장]

동경이. [사진 최석규 사업단장]

유사견 방지를 위해 협회 홈페이지(www.donggyeong.com)에는 진짜 동경이 구별법이 올려져 있다. 진짜 동경이 꼬리는 긴 털과 함께 꼬리 피부가 뾰족하게 돌출돼 있다. 서 있을 땐 45도로 앞을 향해 머리를 꼿꼿이 쳐든다. 생후 1년 된 성견은 몸길이가 47~50㎝를 넘지 않는 게 일반적이며 잘 짖지 않는 특징이 있다. 애완견을 천연기념물 경주개 동경이로 속여 팔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동경이는 『삼국사기』(1145년), 『동경잡기』 (1669년), 『오주연문장전산고』(1800년대) 등 옛 문헌에도 등장하는 토종개로 진돗개보다 체형이 작고 꼬리가 짧다. 고려시대 경주의 지명인 동경에서 따온 이름이다.

경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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