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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공간 혁명 시대 … 재택근무 덕 중소도시에서도 일자리·문화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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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⑩ <끝> 대도시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 21일 여시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 21일 여시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광재(52·사진) 전 강원지사는 요즘 민간 미래연구기관인 여시재를 이끌고 있다. 여시재는 다양한 주제의 미래연구를 하고 있지만, 최근 힘을 쏟고 있는 화두는 ‘도시’다. ‘신문명 도시’라는 구체적 비전까지 설정했다. 현대의 세계 대도시는 지속불가능성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으며, 새로운 도시 모델을 통해 인류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도시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이광재 여시재 원장이 보는 도시 #“강원도 쪽에 인구 3만 명 규모 #직장·주거 결합 실험도시 기획”

왜 도시를 연구하나.
“산업화 시대 대량 생산 방식의 대도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폭등하는 주택가격, 출퇴근으로 소비되는 시간과 돈, 에너지 자원의 과다한 소비, 환경오염 등 대도시는 지구촌 온난화와 자원 고갈처럼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난제의 주범이다. 정보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21세기에는 인류의 삶에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대도시는 산업화 시대 속 삶의 방식이었다. 신기술의 시대에는 이에 맞는 도시가 필요하다.”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은 도시 문제를 넘어 인구 증가의 문제 아닌가.
“그렇지 않다. 산업화 시대에 거대한 공장이 필요했고 오염 덩어리인 공장 옆에 녹지를, 또 그 옆에 주거지를 만들었다. 그 주거지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대규모 도시가 만들어졌다. 대도시는 필연적으로 고비용 구조를 낳는다. 직장과 집의 분리로 수많은 사람이 출퇴근을 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대량 생산은 대량 소비를 낳았다. 자원과 에너지의 폭발적 소비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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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도시가 본연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인가.
“대도시의 고비용 구조 때문에 젊은이들이 결혼도 하지 않고 사는 게 요즘의 시대다. 산업화 시대 대도시를 넘어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런 최악의 대도시 중 대표적인 곳이 어딘가.
“익히 알듯 인도 뉴델리나 뭄바이, 중국 베이징 같은 아시아권의 대도시들이 대표적이지만 서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서울의 젊은이들은 집을 살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그러다 보니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고 자동차부터 산다.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10배에 달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 매년 50만 명씩 귀농·귀촌을 하고 있지만 적응에 실패해 돌아오는 사람도 많다. 이제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안이 뭔가.
“지금은 공간 혁명의 시대다. 산업화 시대처럼 지식과 서비스, 재화를 찾아 이동할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내가 가진 작은 모바일 기기 안에 학교도 문화도 일터도 있다. 중소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일자리와 교육·의료·문화 생활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미 재택근무를 선언한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연 매출 100조원의 네슬레는 스위스 레만호 옆 인구 2만 명의 소도시에 있다. 이게 가능한 것이 재택근무 덕분이다. 일본 도요타도 지난해부터 본사 직원의 35%인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은 재택근무를 하는 제도를 시작했다.”
도시 실험을 한다고 들었다.
“국내에서는 강원도 쪽에 인구 3만 명 미만의 중소 실험도시를 기획하고 있다. 직장과 주거가 한자리에서 가능해 이동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도시다. 에너지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 의료 같은 삶의 질도 좋아야 한다. 미래 신문명 도시는 인류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 그러기에 거대한 미래산업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중국과 함께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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