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삼성, 최대기업이라 권력이 더 요구” 특검팀 “정경유착의 전형, 사회공헌의 모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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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삼성 측 변호인단은 27일 결심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정경유착이라는 단어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65)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뇌물을 준 것이 아니라 후원 요구를 받아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인재(63·연수원 9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삼성은 오로지 국내 최대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권력으로부터 더 많은 후원 요구를 받았고, 그래서 더 많은 후원금을 내야 했던 것뿐이다. 그것이 이 사건의 진실이고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정치권력에 대해 마음속에 둔 생각이 있다면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이 기업에 부담을 안겨주지만 말아 달라는, 그야말로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뿐이었다. 대통령의 요구에 편승해 기업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계산이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5일

뇌물죄를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에 대한 반론도 폈다. 이 변호사는 “‘개별 현안’에 대해선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청탁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포괄적 현안’에 대해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허한 말장난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엔 박영수(65·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나와 구형을 진행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최지성(66)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63) 전 차장,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사장에 대해선 각각 징역 10년형을 구형했다. 황성수(55)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7년형이 구형됐다. 모두 1심과 같은 구형량이다. 특검팀은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적용된 78억9430만원에 대한 추징을 추가로 구형했다.

박 특검은 “이 사건은 단적으로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준 사건으로 정경유착 사건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순실씨에게 고가의 말을 사주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의 계열사 자금을 불법 지원한 것을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회공헌에 대한 모독이다”고 주장했다. 박 특검은 또 “국민들은 정치권력과 함께 대한민국을 지배해 왔던 재벌의 특권이 더 이상 이 나라에서 통용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2월 5일 열린다. 1심에서 이 부회장은 징역 5년,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은 징역 4년, 박 전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 전 전무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김선미·문현경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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