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첫 여성 최순자 총장 직위해제...130억원 투자 손실

중앙일보

입력

인하대 최순자 총장. [연합뉴스]

인하대 최순자 총장. [연합뉴스]

한진해운 부실채권을 매입해 학교재정에 큰 손실을 끼친 최순자 인하대 총장이 직위해제 됐다. 인하대 63년 역사상 첫 여성 총장으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첫 번째 직위해제 된 총장이라는 오명을 쓰며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인하대 재단, 27일자로 최순자 총장 직위해제 내려 #63년 역사 첫 여성총장에서 첫 직위해제 총장 오명 #2015년 관련 규정 무시, 한진해운에 130억원 투자 #올 2월 한진해운 파산선고, 투자금 130억 휴짓조각 #교육부 등 수사의뢰, 검찰 최 총장 등 혐의없음 처분 #시민단체 "직위해제 당연, 최 총장 단독 결정 아닐 것"

하지만 일부에서는 재단이 최 총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단의 모기업인 한진그룹 계열사에 총장 개인 독자적으로 거액의 학교기금을 투입했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높다는 것이다.

인하대 재단인 정석인하학원은 사립학교법과 재단 정관에 따라 최 총장의 직위를 해제했다고 27일 밝혔다. 재단 측은 의결된 자의 직위 박탈이 가능하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총장은 한진해운 채권 투자실패와 관련해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를 받은 상태다.

인하대가 한진해운 공모 사채를 매입한 것은 전임 박춘배 총장 때인 2012년 50억원, 최 총장 취임 후인 2015년 80억원 등 모두 두 차례(130억원)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올 2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문제가 됐다. 한진해운 채권이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이 된 것이다.

인하대 로고 [연합뉴스]

인하대 로고 [연합뉴스]

최 총장이 문제가 된 것은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아서다. 대학발전기금을 원금 손실위험이 큰 회사채에 투자할 경우 기금운용위원회를 거치도록 한 규정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선 투자한 뒤 나중에 기금운용위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매입한 회사채에 대한 투자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전임 박 총장의 채권 매입 과정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인하대 교수회와 학생회, 직원 노조는 최 총장을 파면시킬 것을 재단에 요구해 왔다.

재단은 최 총장을 직위만 해제했을 뿐 징계 수위는 결정하지 못했다. 지난 26일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를 받은 최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비공개)를 열었지만 결정짓지 못한 것이다. 재단은 다음 달 최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최 총장이 직위 해제됨에 따라 교학부총장이 징계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총장직을 대행하게 된다.

인하대 전경.

인하대 전경.

한편 검찰은 교육부와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인하대의 한진해운 회사채 투자 관련 고발’에 대해 이날 오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 총장과 전·현직 사무처장 3명 등 4명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다. 또 조양호 인하정석학원 이사장(한진그룹 회장)은 매입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앞서 교육부는 인하대의 한진해운 투자 실패에 대한 조사를 벌여 최 총장과 전·현직 사무처장 3명 등 관련자 5명을 중징계하도록 요구하고, 이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인천 지역 시민단체도 지난 4월 조양호 회장과 최 총장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최 총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던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교내 및 시민사회에서 낸 목소리대로 최 총장을 직위 해제한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본다”며 “다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시민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합리적 의심에 대해서 검찰이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총장이 ‘과연 단독으로 한진해운 회사채 매입을 결정했을까’하는 의심의 여지는 계속 남아 있는 만큼 계속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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