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예루살렘 반대할래? 美 유엔분담금 3073억 삭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엔 총회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의를 채택하자마자 미국 정부가 유엔의 분담금 규모를 크게 줄였다.

유엔 측에 2억8500만 달러 삭감안 전달 #예년에 내던 규모에서 23% 줄어든 수치 #유엔 예루살렘 결의안 직후 결정 #

트럼프 행정부는 2018∼19년 회계연도 유엔 관련 예산을 지난 2년 간의 예산에 비해 2억8500만 달러(3073억원) 삭감했다고 AP통신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주재 미국대표부는 이같은 입장을 유엔 측에 전달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또한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이러한 예산 삭감 외에도, 유엔의 방만한 관리와 지원 기능을 감축하는 대신 전세계에 걸쳐 미국의 우선순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껴둔 예산을 미국의 선호에 맞게 자체적으로 돌려쓰겠다는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가 유엔 측과 2억85000만 달러의 분담금 축소를 협의 중이며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으나 미국 내 언론들은 거의 확정적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미국의 분담금 축소를 주요 목표로 내세워왔다.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지만, 미국의 의사에 반하는 분야에 낭비되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또한 발표 시기가 예루살렘 결의 채택 직후와 겹치면서 보복성 예산삭감이라는 인상도 남겼다.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중앙포토]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중앙포토]

미국은 유엔의 전체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22%에 달하는 분담금을 납부해 왔다. 대략 매년 6억1000만 달러의 분담금을 내왔다. 2년치 예산에서 2억8500만 달러를 삭감하게 되면 약 23%의 감소효과를 낸다.

헤일리 대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한 큰 발걸음”이라면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유엔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AP]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 [AP]

하루 전 유엔 총회는 2018~2019 회계연도 예산을 53억9600만 달러(약 5조8276억원)로, 전 회계연도에 비해 2억 달러 가량 줄어든 예산안을 채택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에 대해 “유엔의 비효율성과 낭비는 잘 알려져 있다”며 “예산 협상을 통해 재정 삭감과 더불어 유엔의 ‘비대한 관리 및 지원 기능 축소’라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환영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유엔평화유지군(PKO)에 내던 분담금 또한 삭감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내년부터 유엔이 미국 이외의 회원국으로부터 충당해야하는 재정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미국은 PKO 연간 운영비용으로 28%에 달하는 25억 달러를 부담해왔다. 이를 25%로 낮추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이 낸 분담금은 2~4위 국가인 중국ㆍ일본ㆍ독일이 낸 액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