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추석 상차림·차례 의식 100년 전엔 어땠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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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시골이 고향인 초등학교 4학년 경원이네는 벌써부터 귀성 열차표를 사뒀어요.지난 주말 경원이는 부모님과 함께 큰아버지 가족이 사시는 고향에 가 조상님들 묘에 난 풀을 말끔하게 베어냈어요.

그런데 경원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1백년 전에도 우리 조상들이 추석을 지냈을지 궁금했어요.

그 때의 신문 기사(대한매일 1909년 4월 29일자 3면)를 보면 지금처럼 추석날 조상의 산소에 음식을 차려놓고 차례를 지냈습니다.

하지만 지식인들이 고유의 민속 명절인 추석 차례를 미신으로 여겨 계몽(啓蒙)하려고 했습니다. 우리가 힘이 없어 일본 등 여러 나라에게 휘둘렸기 때문에 서구의 과학문명을 받아들여야 다시 나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하마터면 추석이 없어질 뻔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3천만명 이상이 추석 때가 되면 고향을 찾습니다.

①1백년 전에도 쇠었다면 추석은 언제쯤 시작됐을까요?

☞삼국시대 길쌈(자연섬유로 피륙을 짜는 일)은 농가의 주요 벌이 수단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라 유리왕은 왕이 된 지 9년이 되던 해(서기 32년)부터 길쌈을 장려하려고 부녀자들을 두 패로 나눠 해마다 음력 7월부터 베를 짜는 내기를 시켰답니다.

그리고 한달 뒤인 8월 15일이 되면 어느 편이 더 많이 짰는지를 가렸지요. 내기에서 진 편은 이긴 편에 음식을 대접하며 함께 즐기다 오후 9시쯤 파했다고 합니다. 이 길쌈축제가 오늘날 추석의 기원이랍니다.

②추석을 '한가위'라고도 부르며 고향을 찾아 차례를 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확의 계절인 가을의 한가운데여서 그렇게 부른답니다. 농경민족의 제일 큰 소원은 풍년이므로 한가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도록 보살펴 준 조상들에게 햇곡식으로 음식을 장만해 제사를 올린 것입니다. 그래서 조상의 묘를 돌아보고 웃어른을 찾아 인사를 드리는 풍속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죠.

③추석은 명절(名節)입니다. 명절이란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해마다 일정하게 지켜 즐기는 날을 가리킵니다. 우리가 지내는 큰 명절은 또 어떤 것이 있고, 명절마다 어떤 풍속이 있는지 알아보세요.

☞추석은 설날.한식.단오와 함께 4대 명절로 꼽힙니다.

④추석엔 송편을 빚어 차례상에 올립니다. 차례상에 올리는 대표적인 음식(과일 포함)과 민속놀이도 알아보세요.

⑤추석 무렵엔 과일.고기.어물 등 제수용품들의 값이 오릅니다. 왜 그럴까요?

⑥추석엔 음식 장만과 설거지 등을 대개 여성들이 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추석이 가족 모두의 축제가 되려면 역할을 분담하는 게 좋겠지요. 엄마와 함께 분담표를 짠 뒤 내가 맡은 일을 실천해 보세요.

⑦"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늘 추석처럼 잘 먹고 입어 걱정없이 살기를 바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주위엔 양로원이나 고아원 등 소외된 이웃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도 함께 명절의 즐거움을 나눠줄 수는 없을까요?

박미영(본지 NIE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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