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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품 매수' '투자 사기'…김종춘 고미술협회장 '징역 1년'

중앙일보

입력

법원이 김종춘(69) 한국고미술협회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김 회장은 도굴한 문화재를 사들이고 고미술품의 시가를 부풀려 감정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미술품 거래를 빙자해 피해자를 속여 4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도 받았다.

도굴 문화재 30점 넘게 구매 #고미술품 허위감정 지시도 #"양형부당 상고 사유 안 돼"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과 사기,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김 회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피고인의 주장(양형 부당)은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김 회장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 회장. [중앙포토]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 회장. [중앙포토]

김 회장은 2011년 서울 종로구의 한 고미술품 전시관 사무실에서 김모(83)씨가 도굴꾼으로부터 850만원을 주고 산 ‘청자음각목단문태항아리’를 3000만원에 사들이는 등 도굴 문화재를 수차례 구매한 혐의를 받았다. 2009년 4월에는 고미술협회 소속 감정위원들에게 자신이 소유한 금동반가사유상의 시가를 부풀린 감정서를 발급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김 회장은 이 문화재를 한 지방의 사찰과 유명 박물관 등에 20억원에 팔아넘기려다 실패했다.

2008년 8월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종로의 한 갤러리에서 고미술품 애호가 홍모씨 등 2명에게 “청자 진사체 연봉 주전자가 매물로 나왔는데 30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다. 3개월 이내에 되팔아 수익금 2억원을 주겠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4억100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회장이 그동안 사들인 도굴품은 30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매 가격은 30만원에서 4000만원까지 다양했다. 또 9차례에 걸쳐 감정위원들에게 허위감정을 지시한 사실도 밝혀졌다.

1심 법원은 “피고인이 협회장의 지위를 이용해 허위 감정서를 발급하게 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법원도 1심이 유죄로 인정한 김 회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봤지만 공탁금을 낸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으로 감형했다.

김 회장은 1997년부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미술품 검증기관인 한국고미술협회장을 6대째 연임하고 있다. 협회 정관상 협회장이 개인 비리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회장직이 박탈된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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