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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혁신도시]교통·상권 열악한 데다 지역인재 채용 최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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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중구 일대에 조성된 울산혁신도시 전경. 왼쪽 높게 솟은 한국석유공사를 포함해 9개 공공기관이 이전했다. 송봉근 기자

울산 중구 일대에 조성된 울산혁신도시 전경. 왼쪽 높게 솟은 한국석유공사를 포함해 9개 공공기관이 이전했다. 송봉근 기자

지난 23일 오후 울산 울주군 울산역 방향에서 중구 종가로(宗家路)에 들어서자 멀리 도시를 둘러싼 ‘아파트 숲’이 보였다. 울산 우정동·유곡동·태화동 등 중구 10여 개 동 일원(299만㎡)에 1조390억원을 들여 조성한 울산혁신도시다.

울산 중구 종가로 따라 東西로 길게 조성 #한국석유공사·동서발전 등 9개 기관 이전 #조용하고 깨끗해 주거환경 만족도는 높아 #신세계百 건립 하세월, 상가 공실률 50% #가족 동반 이주율 높지만 미혼은 ‘갑갑’

울산혁신도시는 종가로를 따라 7㎞ 정도 길이로 형성됐다. 중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종가로는 ‘구도심이 있는 중구가 울산의 큰 집’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도시 주변부가 아닌 구도심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울산혁신도시의 특징이다.

차를 타고 좀 더 가니 왼쪽에 한국석유공사 건물이 높게 솟아 있었다. 이곳에는 2013년 2월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를 시작으로 한국석유공사·한국동서발전 등 9개 공공기관이 옮겨왔다. 에너지, 노동·복지, 재난·안전 관련 기관이 주를 이룬다. 한국에너지공단은 2019년 3월 이전 예정이다.

이곳 인구는 2014년 1만4300여 명에서 꾸준히 늘어 올해 9월 2만 명(2만688명)을 돌파했다. 지방세 규모 역시 2014년 230억원에서 지난해 386억원으로 70% 정도 늘었다.

도로 양쪽에 늘어선 공공기관들을 지나자 보도 안쪽에 반듯하게 지어진 단독주택들이 눈에 띄었다. 울산시는 조례 등으로 혁신도시 내 주택의 층수, 디자인, 건축 재료 등을 꼼꼼히 관리한다. 큰길을 따라 세워진 대형 상가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밤에는 1층 몇몇 상가만 불을 밝혔다. 장현동 영광공인중개사 김학경 소장은 “건물이 들어선 지 1~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울산혁신도시 전경. 혁신도시가 들어서기 전 이 지역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었다. 송봉근 기자

울산혁신도시 전경. 혁신도시가 들어서기 전 이 지역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었다. 송봉근 기자

이 지역은 혁신도시 조성 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었다. 장현동에서 30년 넘게 산 왕모(44)씨는 “10년 전 70여 가구가 농사를 짓던 시골 마을이었다”며 “원 주민들이 많이 떠나 애향비를 세워놓고 1년에 한 번 행사한다”고 말했다.

논·밭·과수원이 있던 자리에는 대형 아파트 12단지가 들어섰다. 100% 분양돼 6048세대가 살고 있다. 현재도 고층 빌딩 뒤쪽으로 숲이 우거져 있다. 조용하고 깨끗해 주거환경 만족도가 높다. 유곡동 주민 최소현(39)씨는 “고학력의 수도권 출신 직장인이 대거 이주해 와 지역 생활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시·중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설물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도시 관리를 서로 떠넘기는 탓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상업시설·교통·교육환경 면에서도 꾸준히 민원이 제기된다. 경기도에서 울산혁신도시로 이사한 공공기관 직원 이모(30)씨는 “영화관·음식점·미용실·은행 같은 문화·편의시설이 부족해 젊은 미혼 직원들이 갑갑하다며 서울로 이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설 부지. 착공이 미뤄져 중구수영장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설 부지. 착공이 미뤄져 중구수영장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장원향 장원부동산 소장은 “장현동·약사동 쪽 상가 공실률이 평균 40~50%”라며 “일부 아파트 앞 상권은 안정됐지만, 주말이면 여전히 썰렁하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 한국석유공사 건너편 2만4300㎡ 땅을 매입해 2022년 백화점 건립 계획을 밝혔지만, 착공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교통환경 만족도도 낮다. 마을버스 한 대를 포함한 11개 버스 노선이 혁신도시를 경유하지만, 배차 간격이 20~100분으로 길다. 혁신도시 안을 순환하는 버스는 없다. 택시 역시 콜택시가 아니면 찾아보기 어렵다. 주민 김정인(38)씨는 “걸어가기엔 멀고 차를 타기엔 가까운 곳이 많아 불편하다”며 “차 없이 생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울산혁신도시에는 어린이집 17개, 유치원 3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가 각각 2개 있다. 젊은 층이 몰리면서 초등학생 수가 정원을 넘었다. 지난 9월에는 5층 건물을 6층으로 증축하겠다는 울산초등학교 측과 이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갈등을 빚었다. 이주해 온 공공기관 직원들은 더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학교·학원 밀집가인 남구 옥동으로 이사하기도 한다.

울산혁신도시 내 건물마다 임대와 분양을 알리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송봉근 기자

울산혁신도시 내 건물마다 임대와 분양을 알리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송봉근 기자

김성영 울산시청 혁신도시 담당 사무관은 “가로수 등 7건의 미완공 시설물을 점검해 내년 상반기 인수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혁신도시의 공공기관 가족 동반 이주율은 39.9%(올해 6월 말 기준)로 부산·제주에 이어 전국 3위다. 김 사무관은 “지난 2006년부터 1박 2일 가족 초청행사를 26회 열었으며 이사비·장학금도 6억원가량 지원했다”고 말했다.

지역 인재 채용률은 지난해 기준 7.3%(58명, 전국 평균 13.3%)로 전국 최하위다. 김 사무관은 울산의 대학 수가 적은 것을 이유로 꼽았다. 울산에는 울산대·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이 있다. 한 울산 지역 대학 관계자는 “대학이 적다는 이유로 울산·부산·경남을 묶어 선발하거나 여전히 수도권 대학 졸업생을 뽑는 경향이 강하다”고 토로했다.

강영훈 울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기관과 대학이 협력해 에너지, 노동·복지, 재난·안전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등 필요한 인재를 집중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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