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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탕 한 곳에 20명 숨지다니…여자 사우나실 설계도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층 사우나실 설계도. 최종권 기자

2층 사우나실 설계도. 최종권 기자

충북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화재 사망자는 2층 여자 사우나실에 집중됐다. 전체 사망자 29명 중 2층에서만 20명이 숨진채 발견됐다.

중앙 출입구에 슬라이딩 도어와 방화문 사이에 다수 발견 #소방당국 "주로 드나들던 문으로 대피하려다 연기 질식"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2층 여자 사우나실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중앙 출입구에 있는 방화문과 슬라이딩 도어 사이에서 11명이 발견됐고, 휴게실·탈의실에서 9명을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2층 여자사우나실 설계도를 보면 이곳은 중앙출입문을 시작으로 내부로 들어가는 슬라이딩 도어가 있다. 1층에 차량을 주차한 뒤 올라오는 계단으로 주출입구에 해당한다. 중앙출입문 안쪽에는 휴게실이 있고 여자탈의실, 황토방 등이 있다. 2층 절반 정도는 목욕탕으로 설계됐다. 일반적인 목욕탕 구조와 비슷하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 사고현황판[연합뉴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 사고현황판[연합뉴스]

중앙 출입구 쪽에는 8층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 옆에 화물용 승강기도 있다. 소방당국은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로 연기가 발생하면서 2층 중앙 출입구를 통해 연기가 건물 전체로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서장은 “1층에서 올라온 연기는 2층 여자 사우나실의 주출입구를 통해 들어왔다. 이 때문에 사우나실에 있던 사람들이 시야가 가려져 대피에 어려움이 있었고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2층은 외부로 통하는 길이 3개가 있었지만 사망자들은 화재가 나자 자주 드나들던 중앙 출입구로 몰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층 가장자리에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비상구가 있고, 중앙에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이 서장은 “이용객들이 평소 드나들던 중앙 출입문으로 몰렸다가 연기가 들어오는 바람에 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비상계단은 외진 곳에 있어 확인이 어려웠던 것 같고, 엘리베이터 역시 중앙 출입구 옆이라 확인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 출입구 슬라이딩 도어와 방화문 사이에서 시신이 다수 발견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2층 사우나실 출입문(슬라이딩 도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컸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화재가 난 스포츠센터에서 장기 근무한 A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희생자가 집중된 2층 목욕탕의 버튼식 자동문은 손톱만한 크기의 붉은 색을 정확하게 누르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았다”며 “화재가 나 연기가 가득한 상황에서 이 출입문을 열지 못해 내부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A씨는 또 “각 층으로 통하는 계단도 방화시설이 안 돼 연기와 불길이 빠른 속도로 번졌을 것”이라며 “건물내 스프링클러 고장이 잦아 사실상 화재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화재 원인과 관련, 필로티 공사 과정에서 불꽃이 튀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A씨는 사고 당일 1층에서 필로티 천장에서 보수공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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