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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골프숍] 필드의 최강 병기 꿈, 베트남전 출신이 만든 PX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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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PXG의 창업자 밥 파슨스. [사진 PXG]

PXG의 창업자 밥 파슨스. [사진 PXG]

2014년 창립한 골프용품업체 PXG는 창립자 밥 파슨스(67)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Parsons Xtreme Golf의 약자다. 브랜드 이름처럼 사업가 파슨스의 색깔이 매우 진한 브랜드다.

수십억 골프 장비 써봤지만 불만 #군 경험 살려 직접 용품제작 나서 #총알 모양, 순찰정 … 워 게임 분위기 #아이언 1개 70만원, 퍼터 90만원 #클럽 이름도 군대용어 붙여 차별화

파슨스는 거칠게 자랐다. 미국 볼티모어의 슬럼가에서 태어나 18세 때 해병대에 지원해 베트남에 갔다. 그는 “살아 돌아가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목표였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그는 운 좋게도 살아 돌아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계사가 됐다. 회계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만들면서 정보기술(IT)쪽에 발을 들였다. 1997년 인터넷 도메인 업체 고대디닷컴(GoDaddy.com)을 창업해 키웠다. 포브스는 그의 재산이 2조원대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파슨스는 골프를 좋아했다. 용품 구입에 많은 돈을 썼다. 그는 지난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해에 용품 구입비용으로 4억 원을 쓰기도 했다. 이제까지 수십억 원을 골프 클럽을 사는 데 썼다. 돈을 낭비하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용품을 찾기 어려워서였다.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결국 직접 용품회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1969년 미군 해병대에 입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한 그는 어깨에 해병대 문신을 하고 다닌다. [사진 PXG]

1969년 미군 해병대에 입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한 그는 어깨에 해병대 문신을 하고 다닌다. [사진 PXG]

그는 클럽 이름으로 군대 용어를 붙였다. 아이언 이름은 MOS 0311이다. 미 해병대 소총수의 주특기 번호다. 드라이버(0811)는 포병, 우드(0341)는 박격포병, 하이브리드(0317)는 전초 저격수의 주특기 숫자다. 클럽헤드에는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나사를 박아 넣었다. 마치 총알이 박혀 있는 것 같다. 최근 출시한 퍼터 이름은 ‘미니 건보트(gunboat)’다. 퍼터의 헤드가 배 모양이다. 베트남전 영화에서 메콩강을 누비던 미군 순찰정이 연상된다. 다크니스(darkness:어둠) 웨지는 파슨스가 베트남전 동안 복무한 26 해병 연대를 상징하는 해골 휘장과 숫자 26으로 장식했다. 파슨스는 소비자들에게 전쟁놀이를 하라고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파슨스는 1000억 원 넘는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도 했지만 논란도 있었다. 그는 2011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코끼리를 사냥하고 이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려 비난 받았다. 파슨스는 어깨에 커다란 해병대 문신을 하고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클럽의 색깔은 흑백만 사용하는데 그게 섹시하다고 여긴다.

PXG의 웨지 중 하나는 슈가대디(sugar daddy)라고 이름 붙였다. 직역하면 ‘설탕 아버지’인데 좋은 뜻은 아니다. 사전에는 ‘젊은 여자에게 많은 선물과 돈을 안겨 주는 돈 많은 중년 남자’라고 되어 있다. 원조 교제하는 남자라는 의미다. 그는 논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논란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인상이다. 그는 남성 골퍼들의 섹슈얼리티를 자극하고 있다.

군인 출신 인 그는 골프 클럽에 군대 용어를 붙이고, 외관을 무기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사진 PXG]

군인 출신 인 그는 골프 클럽에 군대 용어를 붙이고, 외관을 무기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사진 PXG]

한국에서 PXG 아이언은 하나에 70만원이다. 세트가 아니라 한 개가 그렇다. 다른 회사 드라이버보다 비싸다. PXG 드라이버는 싼 게 150만원이다. 좋은 샤프트를 끼우면 200만원도 넘는다. 퍼터는 90만원 선이다.

파슨스는 “자동차 산업의 성장 속도는 줄어들고 있지만 페라리 같은 슈퍼카 시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골프에도 페라리 같은 클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를 만들면서 엔지니어들에게 ‘돈 생각하지 말고 최고 제품을 만들어라. 75년이 걸려도 좋다. 최고 제품이 나올 때까지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지시했다. 확연히 다른 제품이 나와 상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물론 물건 만드는데 75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의 말에 과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전쟁놀이 컨셉트는 먹히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에서 PXG가 잘 팔린다. 비싼 드라이버를 팔던 혼마와 마루망 등은 소비자 층과 함께 늙어가는 인상이다. PXG는 이를 대체하는 고가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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