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리지않은 김동주의 투혼 '그라운드 국가유공자' 보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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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4번 타자 김동주(두산.사진)는 3일 대만전에서 내야안타를 때리고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쪽 어깨가 탈구됐다. 처음에는 큰 부상이 아닌 줄 알았으나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왼쪽 어깨뼈 미세한 부분이 부러진 것을 발견했다. 이창호 대표팀 트레이너는 "정상적으로 운동하려면 12~14주가 걸리는 큰 부상"이라고 말했다.

김동주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일본전에 유난히 강했다. 김동주의 공백은 2라운드에서 다시 일본을 만나야 하는 대표팀의 손실이다. 그의 소속팀 두산에도 마찬가지다. 김동주가 일러야 6월 중순에나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은 두산이 4번 타자 없이 3개월을 버텨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피해자는 김동주 본인이다. 김동주는 올 시즌 84경기(3분의 2) 이상을 출전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 김동주가 팀을 고른다면 수십억원의 몸값이 오갈 게 분명하다.

게다가 일본 프로야구나 메이저리그에서도 김동주를 눈여겨보고 있는 상황이다. 무리한 슬라이딩 한번으로 그 모든 부와 명예를 놓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늦어도 5월 25일께는 경기에 출전해야 FA 자격을 얻을 수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김동주가 두산선수로서가 아니라 국가대표선수로서, 나라를 위해 뛰다가 다쳤다는 것이다. 그것도 "20년 야구를 하면서 1루에 슬라이딩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정말 간절히 이겨야 한다는 마음에서 자신의 몸을 던지다 다쳤다. 그 순간 그에게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마음밖에 없었다고 한다.

야구계에서는 김동주의 슬라이딩이 대표팀에 선발되고도 사소한 부상을 이유로 차출을 거부한 일부 선수와 비교되는 행동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에 김동주를 어떻게 대우하느냐는 앞으로 대표팀에 뽑히는 선수들의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김동주의 부상을 본인 탓으로만 돌린다면 누가 앞으로 국가를 위해 몸을 던지는 플레이를 하겠는가.

도쿄=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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