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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유족 "출산 후 병원서 모유 임상시험 동의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안하다" 비통한 부모의 마지막 인사…경찰은 병원 압수수색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의 장례 절차가 19일 진행됐다. 유가족이 관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의 장례 절차가 19일 진행됐다. 유가족이 관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하얀 천이 덮힌 작은 관에 아버지는 손을 올렸다. 딸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였다. 덤덤히 아이가 가는 마지막 길을 뒤따랐다. 유리창 너머로 화장장을 바라보며 그는 연신 "아빠가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태어난 지 열흘이 채 안 돼 세상을 떠난 딸에게 부모는 전날 뒤늦게 이름을 지어줬다. 같은 날 남편은 딸에게, 부인은 다른 병원으로 옮긴 아들에게 갔다. 딸과 쌍둥이였던 아들은 이날 출생신고를 했다.

목동병원 사망 신생아 4명 차례로 발인 #경찰은 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압수수색 #"감염원 가능성 있는 물품 모두 수거" #유족 "의료진이 임상시험 동의서 요구"

19일 오전 이화여대 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의 유족 정모씨가 딸의 발인을 치렀다.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1시20분까지 병원에서는 사망한 신생아 4명의 발인이 조용히 진행됐다. 취재진조차 이날만큼은 묵묵히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같은 날 오후 2시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질병관리본부와 합동으로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의료사고 전담 수사팀 13명이 동원돼 신생아들이 사망한 11층 중환자실과 전산실 등을 살폈다. 이곳에서 수사팀은 기기 오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약물 투입기·링거 등 신생아들이 접촉했을 법한 각종 물품을 압수했다. 양이 방대해 미처 가져오지 못한 남은 의무기록들도 챙겼다.

19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역수사대는 감염원의 매개체 가능성이 있는 의료기구들은 모두 압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낼 예정이다.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이미 사고 다음 날 신생아들의 사망과 관련이 있을 법한 물품들을 모두 수거했지만 당시 미처 챙기지 못한 자료들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현장 조사 첫 날 수거한 모유 등을 국과수에 감정 의뢰했다. 관리 소홀로 인한 오염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산모들은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 조모 교수의 권유에 모유를 유축해 얼린 뒤 의료진에게 건네왔다고 한다.

유족들은 의료진이 충분한 설명 없이 모유 수유와 관련한 임상시험 동의서를 요구했다고도 밝혔다. 조씨는 "출산 직후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10여 장의 동의서에 서명을 하는데 간호사가 '아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여러 약물 데이터 수치를 연구 목적으로 보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의료진의 연구 목적이라고 해서 일단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사망 신생아 3명에게서 항생제 내성 세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가 검출된만큼 치료 과정에서의 '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인큐베이터의 기계적 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폭넓게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정상 성인에게 존재하는 장내 세균이지만 드물게 면역저하자에서 병원감염으로 발생한다. 호흡기·비뇨기·혈액 등에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날 부검을 실시한 국과수는 신생아 4명 중 한 명에게서 세균에 감염돼 복부가 부패하는 '복부 부패 변색'을 발견하기도 했다.

홍상지·김준영·하준호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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