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예루살렘 수도 백지화 결의' 부결

중앙일보

입력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은 미국의 거부권으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통과하지 못했다. 예상된 결과였지만,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14개국 찬성했지만 미국이 거부권 #헤일리 미국대사 "모욕적 결의안" #팔레스타인, 유엔 비상총회 소집 요구

18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안보리가 이집트의 초안에 기초해 작성된 ‘예루살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데 대해 유엔 안보리가 이를 백지화하는 결의안을 상정했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연합뉴스, 유엔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데 대해 유엔 안보리가 이를 백지화하는 결의안을 상정했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연합뉴스, 유엔 홈페이지 캡처]

결의안은 예루살렘의 지위변화에 대한 어떤 결정이나 행동도 효력이 없으며,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에 개설해서는 안 된다고 유엔 회원국들에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표결 결과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14개국이 찬성했다. 평소 미국에 강력한 지지를 보냈던 일본을 포함해 영국과 프랑스 등도 예루살렘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이 9표 이상이면 채택되지만 남아있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한 나라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안을 채택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14개국의 압도적 찬성에도 불구하고 부결됐다.

미국의 거부권은 애초부터 예고된 수순이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예루살렘 결의안이 상정된 데 대해 “모욕적”이라고 반발했다.

헤일리 대사는 안보리 회의를 마친 뒤 “6년 만에 처음 거부권을 행사했다”면서 “중동평화를 위한 미국의 역할, 미국의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행사한 거부권이다”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결의안이 부결되자마자 이를 반기는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리고 “하나가 다수를 이길 수 있고 진실은 거짓을 물리친다”면서 “고마워요 트럼프 대통령, 니키 헤일리”라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특히 헤일리 대사에 대해 “진실의 촛불을 들어 어둠을 물리쳤다”고 칭송했다.

갈등의 기류가 격하게 끓어오르고 있는 예루살렘 전경. [중앙포토]

갈등의 기류가 격하게 끓어오르고 있는 예루살렘 전경. [중앙포토]

이에 반해 팔레스타인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수반실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거부권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국제 사회를 무시해 안정을 위협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을 더는 중동의 중재자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면서 “트럼프의 선언을 들은 사람이라면 미치지 않고서야 미국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반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유엔 비상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터키 정부도 “미국의 거부권 행사 탓에 유엔 안보리가 이런 문제 앞에서 무력화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거부권 행사는 미국이 객관성을 잃었다는 점을 또다시 보여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