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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취향]디즈니랜드 덕후의 '올바른' 디즈니 이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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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유치원 시절, 일본 출장을 다녀온 아버지가 건넨 미키 마우스 시계를 차고 다니며 언젠가는 디즈니랜드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그리고 2003년 대학 입학 후 드디어 도쿄 ‘디즈니 씨’에 처음 입성했다. 난생 처음 경험한 디즈니랜드는 그에게 선명한 목표를 새기게 했다. 바로 ‘전 세계의 모든 디즈니랜드에 가 보기.' 이제 그 꿈도 거의 이루었다. 딱 한 곳만 남기고 전 세계의 모든 디즈니랜드를 섭렵했다. 남은 곳은 바로 미국 로스엔젤레스 근교 애너하임 디즈니랜드. 일찌감치 남다른 인생 목표를 세워 차근차근 이뤄나간 디즈니랜드 덕후, 윤소진(34)씨 얘기다.

직장 생활의 팍팍함을 전 세계 디즈니랜드 도는 것으로 달랬다. 자칭 디즈니랜드 덕후 윤소진씨. [사진 윤소진]

직장 생활의 팍팍함을 전 세계 디즈니랜드 도는 것으로 달랬다. 자칭 디즈니랜드 덕후 윤소진씨. [사진 윤소진]

현재 인테리어 시공 서비스 스타트업인 ‘아파트멘터리’ PR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윤소진 이사는 홍보 업계에서 잔뼈 굵은 인물이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디즈니랜드에 더 집착하게 되었다는 그에게 디즈니랜드는 일종의 치유이자 탈출구였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디즈니랜드행 비행기 티켓을 끊거나 여의치 않을 때는 디즈니랜드 입구에서 흘러나오는 ‘When you wish upon a star’(디즈니 애니메이션 ‘피노키오' OST)를 듣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언젠가 디즈니 덕후들을 위한 도슨트 투어를 기획해보고 싶다는 그에게 디즈니랜드의 모든 것에 관해 물었다.

어린 시절 늘 차고 다녔던 미키 마우스 시계는 디즈니랜드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 윤소진]

어린 시절 늘 차고 다녔던 미키 마우스 시계는 디즈니랜드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 윤소진]

전세계 디즈니랜드를 모두 돌아보겠다는 목표는 어떻게 갖게 되었나.

어렸을 때 디즈니랜드는 상상 속에만 있던 세계였다. 늘 차고 다니던 빨간색 미키 마우스 시계를 보며 언젠가는 가봐야지 하던. 하지만 아무래도 현실은 롯데월드지 않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처음 방문한 롯데월드 사진을 보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마도 그때부터 놀이동산 덕질의 역사가 시작된 것 같다. 대학 입학 후 해외여행의 자유가 생기자마자 친언니와 도쿄에 있는 디즈니 씨(Sea)에 갔다. 눈 돌아갈 정도의 규모에 생전 처음 보는 놀이기구 등 상상 속에만 있던 디즈니 세계의 ‘위엄’을 경험했다. 대학생이었는데도 퇴장시간 끝까지 마치 아이처럼 신나게 놀았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퇴장 시간 20분을 남기고 비가 세차게 오는 와중 아쉬운 마음에 탄 곤돌라다. 베네치아를 재현해 놓은 곳이었는데, 어색한 발음으로 산타루치아를 부르던 직원과 너른 호수 중앙에 우리 배 한척만 떠 있었던 로맨틱한 정경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중에 알았지만 디즈니 직원들은 퇴장 시간 바로 전까지도 마지막 한 명의 고객을 위해 성의껏 서비스한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모든 디즈니랜드를 가보겠다는 꿈을 가졌던 것 같다.

도쿄 디즈니 씨(sea) 전경. 너른 호수에서 각종 불꽃놀이와 워터쇼가 이루어진다. 곤돌라를 타고 쭉 돌아볼 수 있다. [사진 윤소진]

도쿄 디즈니 씨(sea) 전경. 너른 호수에서 각종 불꽃놀이와 워터쇼가 이루어진다. 곤돌라를 타고 쭉 돌아볼 수 있다. [사진 윤소진]

디즈니랜드 섭렵의 역사가 궁금하다.

일단 디즈니랜드는 미국(올랜도, LA)과 프랑스(파리), 일본(도쿄), 홍콩, 중국(상하이)에 있다. 지역으로 하면 6곳인데, 놀이동산 테마로 하면 총 10곳이다. 신데렐라 성이 있는 디즈니월드, 또는 디즈니랜드가 기본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디즈니 할리우드가 많다. 일본밖에 없는 디즈니 씨(sea), 올랜도에만 있는 디즈니 앱콧(apcot·미래세계 테마) 센터, 애니멀 킹덤(동물 테마) 등이 있다.

가장 인기 없다는 파리 디즈니랜드 전경. 하지만 최근 오리지널 라따뚜이 테마 파크가 생기면서 점차 그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사진 윤소진]

가장 인기 없다는 파리 디즈니랜드 전경. 하지만 최근 오리지널 라따뚜이 테마 파크가 생기면서 점차 그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사진 윤소진]

2003년 일본 도쿄에 있는 디즈니 씨를 시작으로, 2005년 파리 디즈니랜드, 2007년 홍콩 디즈니랜드를 다녀왔다. 2012년에는 꿈에도 그리던 올랜도 디즈니월드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4개의 디즈니 공원과 2개의 유니버설 스튜디오까지 섭렵했다. 마지막으로 2017년 가장 최근에 생긴 상하이 디즈니랜드에 다녀왔다. 그 사이 일본은 가까워서 거의 10번 정도 방문했다. 파리는 라따뚜이 테마파크가 생겼다고 해서 10년 만인 2017년 초에 재방문했다. 이제 마지막 여정인 미국 LA 애너하임만 방문하면 전 세계 디즈니를 정복하게 된다.

2016년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랜드. [사진 윤소진]

2016년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랜드. [사진 윤소진]

유난히 기억에 남는 디즈니랜드가 있나.

물론 디즈니 본사가 있는 올랜도다. 디즈니월드를 포함, 디즈니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4가지 테마파크가 있다. 다른 디즈니랜드에 있는 같은 놀이기구라고 해도 규모도 더 웅장하고 데코도 훌륭하다. 퍼레이드 규모도 최고다. 디즈니랜드 근처에 형성된 디즈니 타운도 볼거리가 많다. 올랜도는 디즈니뿐 아니라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있고 각종 워터파크도 있어서 날씨만 좋으면 한 달 동안 놀아도 모자랄 것만 같은 천국이었다.

디즈니의 헤드쿼터(본사) 격인 미국 올랜드 디즈니월드. 말 그대로 '월드' 급의 규모를 자랑한다. 퍼레이드 장면. [사진 윤소진]

디즈니의 헤드쿼터(본사) 격인 미국 올랜드 디즈니월드. 말 그대로 '월드' 급의 규모를 자랑한다. 퍼레이드 장면. [사진 윤소진]

아직 못 가본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서 최대 관심사는.

2018년 가을에 휴가로 갈 예정인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서는 2006년에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카(car)'를 모티브로 만든 테마 공간 '카 랜드'가 가장 기대된다. 2012년 개장할 때부터 제작 소식과 스토리 영상을 챙겨 봤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마을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디자이너와 제작진들이 갖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다. 카 랜드에 안에 있는 놀이기구도 스릴 있고 재미있다고 들었다.

디즈니랜드의 매력이 뭘까.  

디즈니랜드 특유의 ‘치밀함’을 사랑한다. 다른 놀이동산처럼 단지 놀이 기구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동산 전체를 오감을 바탕으로 감성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도쿄 디즈니랜드는 팝콘이 유명한데, 섹션마다 파는 팝콘이 다르다. 홍콩 등 다른 지역에도 팝콘이 있지만 도쿄는 특히 테마별로 다양한 팝콘에 팝콘 통 굿즈도 모두 달라 수집하는 재미가 있다. 푸우 놀이기구 앞에는 달콤한 허니 팝콘을, 알라딘 놀이기구 앞에는 카레 팝콘, 캐리비안 해적 앞에는 씨 솔트(sea salt) 팝콘을 판다. 해당 캐릭터가 그려진 다양한 모양의 팝콘 통도 함께 판다. 그 통을 매고 다니면서 리필을 하면 가격도 할인해준다. 지도가 없어도 어디선가 꿀 냄새가 나면 근처에 푸우 놀이기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각을 이용한 마케팅인 셈이다. 홍보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디즈니의 홍보 마케팅 기법에 영감을 받을 때가 많다.

도쿄 디즈니 씨에서 판매하는 캐릭터 '알랜' 모양의 모찌 슈크림. [사진 윤소진]

도쿄 디즈니 씨에서 판매하는 캐릭터 '알랜' 모양의 모찌 슈크림. [사진 윤소진]

사실 디즈니랜드 같은 놀이동산은 어린이들만 간다는 인식이 있다.

디즈니랜드가 어린이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은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한정된 얘기가 아닐까. 일본만 해도 디즈니랜드 오픈한 지 30년이 넘어서 당시 방문했던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신의 아이와 함께 방문한다. 마니아가 많은 나라다 보니 디즈니랜드에서 결혼하는 것을 소망으로 삼은 이들도 많다.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꿈의 장소이기에 백발의 노인 부부가 손을 잡고 미키 마우스 모자를 쓰고 놀러 오곤 한다.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있을까.

어른들을 겨냥한 스릴 있는 놀이기구다. 자이로드롭 형태에 호러 테마를 곁들인 ‘타워오브테러’, 고전이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은 암흑 속 롤러코스터인 ‘스페이스 마운틴’을 추천한다. 도쿄 디즈니 씨에 최근 오픈한 ‘토이스토리 마니아’에는 스토리가 녹아있는 오락실이 있고 다른 사람들과 점수 경쟁을 할 수 있어 승부욕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도쿄 디즈니랜드에 최근 오픈한 토이스토리 어트랙션(테마파크).

도쿄 디즈니랜드에 최근 오픈한 토이스토리 어트랙션(테마파크).

디즈니랜드를 조금 더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  

디즈니랜드는 대기시간이 길기로 악명 높다. 방문 날짜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되도록 성수기나 공휴일을 제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디즈니랜드 공식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면 성수기와 비수기를 알 수 있다. 물론 시기에 따라 티켓 가격도 차이가 난다. 요일은 화, 수, 목요일이 가장 좋다. 평일에 방문할 수 없다면 하루에 3개까지 쓸 수 있는 패스트패스를 현명하게 이용한다. 처음에 입장하자마자 인기가 많은 놀이기구 앞에 가서 패스트 패스를 발권한 후 2시간 간격으로 두 번 더 추가 발권해 총 세 번 사용할 수 있다. 대기 줄이 긴 놀이 기구 위주로 시간을 잘 안배해서 뽑는 것이 좋다. 또 하나의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4시간 이상 줄 서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디즈니랜드 즐기기의 성패는 체력에서 갈린다고 생각한다. 물을 챙겨 다니면서 충분히 마시고 간식 부스의 스낵도 간간이 먹어줘야 한다. 화장실이 보이면 가고 싶지 않아도 우선은 가는 게 좋다. 아침에 입장해 불꽃놀이를 하는 저녁까지 버틸 수 있도록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하루 세 번만 쓸 수 있는 패스트패스는 인기가 많아 줄이 긴 놀이 기구 위주로 시간을 잘 안배해 사용한다. [사진 윤소진]

하루 세 번만 쓸 수 있는 패스트패스는 인기가 많아 줄이 긴 놀이 기구 위주로 시간을 잘 안배해 사용한다. [사진 윤소진]

숙박은 어디서 하는 게 좋을까.  

디즈니랜드에 방문할 때 하루쯤은 디즈니 리조트 내에 있는 호텔에 숙박하길 권한다. 보통 입장객들과 다르게 한두 시간 일찍 입장하고 늦게 나올 수 있는 ‘매직 아워(magic hour)’ 혜택이 있다. 기존 입장객이 많이 빠지다 보니 한 시간 기다릴 기구를 10분 만에 타기도 한다. 놀이동산을 전세 낸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다른 숙소에 비해 비싼 것이 단점인데, 올랜도나 LA, 상하이에는 다행히 10만 원대로 예약 가능한 중저가 호텔이 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에 있는 토이스토리 테마 호텔의 방.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윤소진]

상하이 디즈니랜드에 있는 토이스토리 테마 호텔의 방.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윤소진]

올랜도 디즈니월드에 있는 팝 센추리 호텔. 미국은 디즈니 계열 호텔의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꼭 한 번 이용해보도록. [사진 윤소진]

올랜도 디즈니월드에 있는 팝 센추리 호텔. 미국은 디즈니 계열 호텔의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꼭 한 번 이용해보도록. [사진 윤소진]

디즈니랜드에 가면 굿즈(기념품) 쇼핑도 쏠쏠한 재미다.  

어렸을 때는 예쁜 쿠키 통이나 스티커, 비눗방울까지 양손 가득히 굿즈를 샀었다. 갈수록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모품 위주로 사게 된다. 메모지나 볼펜, 텀블러 등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굿즈를 추천한다. 캐릭터 모양의 면봉 키트는 파우치에 넣고 다니기 좋다. 또 해당 나라에서만 살 수 있는 전통의상을 입은 캐릭터 인형은 기념하기 좋다. 오픈 기념으로 나오는 특별 한정 굿즈는 하나씩은 꼭 산다. 최근 상하이 디즈니랜드에 갔을 때 오픈 기념 한정 바비 인형과 치파오 입은 인형을 샀다. 미국 올랜도에 굿즈가 가장 많을 것 같지만 아기자기한 굿즈를 사려면 일본이 낫다. 홍콩과 파리는 굿즈 숍 규모가 작은 편이다. 최근에 생긴 상하이는 의외로 한정 제품이 많았고 퀄리티도 훌륭해 놀랄 정도였다.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구입한 치파오 입은 미니 마우스. [사진 윤소진]

상하이 디즈니랜드에서 구입한 치파오 입은 미니 마우스. [사진 윤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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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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