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전> ●박정환 9단 ○자오천위 4단
7보(90~102)=바둑은 점점 폭풍의 소용돌이로 다가가고 있다. 흑이 91로 나오자 백은 재깍 수를 조이지 않고 92로 또다시 한걸음 물러섰다. 백이 자꾸만 수상하게 어슬렁어슬렁 뒷걸음질 치는 이유는 백 두 점(△)을 버림 돌로 활용해 하변 흑 대마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상대의 노림이 뻔하게 보일 때는 작전에 걸려들지 않도록 더욱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기보](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18/9e1e555d-cd31-46b5-be26-70455633cc62.jpg)
기보
물론 상대의 노림에 쉽게 말려들 박 9단이 아니다. 먼저 93으로 백의 품을 파고든 다음, 95로 한 칸 뛰었다. 굳이 93을 먼저 두는 이유는 탈출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백을 흠집 내기 위해서다. 이렇듯 고수의 바둑은 치열하게 상대를 괴롭히는 수로 점철돼 있다.
백도 고분고분하게 굴지는 않는다. 백 두 점을 버리면서도 최대한 상대가 받기 까다로운 쪽으로 바둑을 이끌고 있다. 먼저, 96으로 찌른 다음 98로 끊어 최대한 복잡하게 사석 작전을 썼다. 여기서 '참고도'처럼 손쉽게 두 점을 버리는 건 흑의 자세가 너무 좋기 때문. 지금 형세가 불리한 흑은 최대한 판을 비틀면서 끈질기게 버텨야 한다.
![참고도](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2/18/2c5c0fcb-ca4b-4475-880b-e656e95f11bc.jpg)
참고도
흑이 101로 두 점을 잡자 102가 떨어졌다. 드디어 백의 노림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제 백은 두 점을 버리면서까지 속내를 감추고 때를 기다려온 진짜 이유를 보여줄 차례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