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미코」소 원수 회고록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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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58년 당시 중공지도자「마오쩌둥」(모택동)은 대만해협 위기 속에서 미군을 중국본토로 유인해 들인 후 소련의 핵무기로 이를 공격, 섬멸한다는 계획을 제기했었다는 사실을 소 연방 최고회의 간부회의 의장(국가원수)인「안드레이·그로미코」가 30년만에 공개했다.
「프랭클린·루스벨트」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주재 외교관생활을 시작, 지난 85년까지 28년에 걸쳐 외상을 역임하여 소련 현대외교실의 산 증인인「그로미코」(78)도 곧 출간될 러시아어판 회고록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고 뉴욕 타임즈지가 시쇄판을 긴급 입수, 22일 내용일부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금문도와 마조도를 둘러싼 중공과 대만간 영유권분쟁이 악화, 중공의 포격이 강화된 그해 9월 북경을 비밀리에 방문한「그로미코」에게 모는『중공은 3억의 인명손실을 입더라도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 핵전쟁을 이겨낼 수 있으니 미군을 끌어들여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섬멸하자』고 제안했다.
「그로미코」는「케네디」대통령이 소련의 관심을 더 깊이 이해, 양국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려는 때에 암살된 것이 아쉽다면서 존경심을 표명했다.
그는 특히「루스벨트」를「스탈린」수준의 지도자로 높이 평가, 정책을 어떻게 수립하고 수행하는지 알고있는 지도자이며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나「드와이트·아이젠하워」는『외교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뒤늦게 평화공존의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비판했다.
「리처드·닉슨」은「협상할 때는 사상·이념을 문제삼지 않는 실질적인 인물」로,「제럴드·포드」는「예의바른 사람」으로 각각 평가한「그로미코」는「지미·카터」는「정나미가 떨어지는 인간」으로 분류했다.
그는「스탈린」을 잔인하고 괴기한 전제정치가로 묘사하면서도 회의할 때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속속들이 파악하는 컴퓨터 같은 인간이라고 묘사했다. <워싱턴=한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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