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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불 나는 꿈 자주 꾸면 이 장기 이상을 의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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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목차에서 정·기·신·혈이라는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이어 나오는 것이 몽(꿈), 다시 말해서 수면이다. 동양학에서는 책을 편찬할 때 목차구성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 동의보감도 목차가 가지는 의의가 매우 크고, 이것만 따로 연구한 논문도 있다. 앞에 나오는 것이 중요도 면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데, 그만큼 수면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말이다.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12) #오장의 기운차이가 꿈자리에도 영향 미쳐 #산대추나무 씨앗 달여 먹으면 숙면 도움

수면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앙포토]

수면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앙포토]

제아무리 잘 먹고, 잘 배설하며 운동하고, 기분이 좋아도 잠을 못 자면 말짱 도루묵이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은 진심으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잠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계발을 하는 분들이 시간 관리에 들어갈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잠자는 시간이다.

옛날부터 고등학생들에게 강요한 말 중의 하나가 ‘4당 5락’이다. 4시간 자면서 공부하면 합격하고, 5시간이나 자면 떨어진다는 뜻이다. 심지어 3당 4락도 들어봤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자는 시간을 줄이면 자기계발이 더 잘 되고 학습능력도 높아질까?

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오히려 잠을 충분히 자야 정신이 또렷해지고 신체기능이 좋아져, 자기계발을 할 능력이 생기고 학습능력도 높아진다. 잠을 하루 네 시간밖에 못 자게 되면 신체기능이 그만큼 떨어지게 되어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고 호르몬 균형이 깨지며, 지능지수도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는 무수히 많다.

혼백이 불편하면 꿈자리 사나워

잠은 혼백이 쉬는 시간. [중앙포토]

잠은 혼백이 쉬는 시간. [중앙포토]

한의학에서 잠은 혼백이 쉬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혼은 정신작용을, 백은 육체작용을 말한다. 이 혼백이 편안하게 쉬면 꿈자리가 좋고, 혼백의 기능이 뒤섞이고 불편하면 꿈자리가 뒤숭숭해진다. 혼백의 작용은 오장육부의 기운 차이로 인해 생긴다는 게 한의학적 개념이다. 한의학에서는 두뇌의 작용에 관한 연구는 모두 오장의 역할과 연관해 설명한다. 오장의 기능적 편차가 신체뿐만 아니라 우리 생각과 마음마저 좌지우지한다는 개념은 현대 해부학적인 생각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이 때문에 서양 의학적인 마인드로 이 이야기를 들으면 곤란하다. 간은 간이지만 서양의학의 ‘Liver’와는 다른 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동양의학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장의 기능에서 심장의 기운이 너무 강하면 불이 나는 꿈을 꾼다든지, 폐의 기운이 강하면 쇠붙이가 등장하는 꿈을 꾼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는 해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기운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를 설명해준다. 실제 심장인 ‘Heart’를 빗대어 하는 말은 아니다.

이런 면이 동의보감을 읽을 때 아주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현대 뇌 의학과 수면 의학에서도 꿈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된 연구가 안 돼 있다. 꿈이라는 것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진짜 오장과 연관돼 있더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불면증. [중앙포토]

불면증. [중앙포토]

수면 상태가 안 좋다고 하면 대부분 불면증일 것이다. 불면증도 처음 잠들 때 힘든 입면 장애인지, 자다 자꾸 깨는 상태인지, 겨우 두어 시간 자다 깨서 말똥말똥 해 지는 상태인지에 따라 여러 케이스로 나눈다. 한의학에서는 가슴속이 답답하고 편안치 않으면서 열이 살짝 뜨는 상태인 ‘허번증’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고,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도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설명하면서 여러 처방을 소개하고 있다.

약초 중에서 수면을 편하게 유도하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산조인’이다. 대추를 먹으면 속이 든든해지면서 단맛 때문에 기분도 편안해진다. 이 대추는 개량된 것이고, 원래 개량 전 산에 자생하던 수종은 맷대추나무다. 산조인은 뫼(메) 산, 대추 조에 씨앗 인을 쓰는데, 맷대추나무 씨앗은 약재로 사용한다. 산조인을 숙면용으로 사용할 때 주의할 사항은 볶아서 써야 한다는 점이다. 볶은 산조인으로 충분히 달여서 그 우려낸 차를 마시게 되면 도움이 된다. 생산조인으로 차를 마시면 도리어 정신이 맑아지니 주의해야 한다.

파의 흰 뿌리인 총백이나 양파인 양총 역시 신경을 안정시키는 작용이 있다. 산조인 볶은 것과 파밑동 혹은 양파를 함께 달여먹으면 숙면에 도움이 되는 차를 만들 수 있다.

야식은 잠자기 4시간 전에

잠은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더 좋다. [중앙포토]

잠은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더 좋다. [중앙포토]

동의보감에 따르면 잠을 잘 때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공자도 똑바로 누워서 시체처럼 자는 것을 경계했다는데, 똑바로 누워 자면 심장 기운에 부담이 간다. 또 이불이 적당하게 보온을 해 줘야 한다. 너무 두꺼우면 열이 몰려서 문제고, 너무 얇으면 추워진다고 하니 이런 세세한 생활상의 문제점도 파악해서 말하고 있다.

동의보감은 이렇듯 질병이 있을 때 그 증상을 일으키는 주변 생활환경을 파악하고 잘못된 것은 개선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 불편해하는 증상은 대부분 우리가 쌓아온 생활습관 때문이니, 그 습관을 바꾸면 상당히 나아진다. 치료행위에는 반드시 생활습관교정도 함께 이루어져야 비로소 완벽해지고, 환자의 질병 재발도 막을 수 있다.

잠을 방해하는 생활습관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배불리 먹고 난 후에 바로 잠자리에 들거나, 너무 배고픈 상태에서 자려고 하는 것이다. 요즘은 한국은 배달문화가 발달한 나라라서 그런지 몰라도 야식 후에 바로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 많다.

반대로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 배고파 꼬르륵하는 것을 달래며 자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잠자기 전 4시간 전에는 적당히 먹어주어 잠을 방해하지 않아야 몸의 신진대사가 올바르게 이루어진다.

뇌 속에 쌓인 피로를 씻어 내는 시간인 잠. 비어 있는 곳이 있어야 비로소 쓸모가 있다는 선현의 가르침처럼 충분한 쉼이 있어야 회복이 빠르고, 큰 힘을 낼 수 있다. 소중한 잠을 충분히 즐기고 짧게 자더라도 개운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hambakusm@hanmail.net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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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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