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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경호원, 文 대통령 수행 한국기자 주먹·발길질 집단폭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순방 행사를 취재하는 한국기자단을 중국측 경호원이 집단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의 사진기자가 14일 오전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스타트업관으로 이동중, 중국측 경호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하고 있다.   사진 위쪽부터 한국경호원이 들어오자 가해자가 뒤로 밀려나오다 발로 얼굴을 가격하는 모습. 2017.12.14 [CBS 노컷뉴스 제공=연합뉴스]

한국의 사진기자가 14일 오전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스타트업관으로 이동중, 중국측 경호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하고 있다. 사진 위쪽부터 한국경호원이 들어오자 가해자가 뒤로 밀려나오다 발로 얼굴을 가격하는 모습. 2017.12.14 [CBS 노컷뉴스 제공=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2분(현지 시간) 베이징 ‘국가회의중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ㆍ중, 경제ㆍ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행사에 참석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부스를 방문해 고고도미사일(THAADㆍ사드) 체계 배치 이후 경색된 한ㆍ중 관계에 따른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중국 바이어들과의 만남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10시 39분. 문 대통령이 양국 기업인들에 대한 격려사를 할 때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한ㆍ중 양국 대표 기업인들이 축사를 할 때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가 나오기도 했다.

10시 44분.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행사 시작을 알리는 ‘타징’을 했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를 비롯해 탤런트 송혜교 씨와 그룹 ‘엑소’의 멤버 3명 등도 함께 타징에 참여했다. 한류스타의 등장에 중국 시민 수십여 명이 스마트폰을 들고 따라오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이 바람에 문 대통령이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의 혼란이 이어졌다. 청와대 경호처 직원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문 대통령을 밀착 경호했다.

10시 50분경. 문 대통령이 현장에 설치된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기업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부스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2~3곳의 부스를 추가로 둘러봤다.

10시 55분. 중국 공안 소속으로 추정되는 경호원 10여명이 부스로 들어가려는 기자단과 청와대 직원들의 접근을 막아섰다. 문 대통령에 대한 ‘근접 취재 비표’를 제시하며 항의했지만, 공안들은 항의하는 사진 기자의 멱살을 잡더니 뒤로 밀쳐 바닥에 넘어뜨렸다. 바닥에 쓰러진 기자는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중국 공안들은 폭행 사실에 항의하며 이를 촬영하려던 다른 기자들에게도 일제히 달려들어 카메라를 뺏으며 취재를 못하게 막았다.

중국측 경호원의 무자비한 발길질 한국의 사진기자가 14일 오전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스타트업관으로 이동중, 중국측 경호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해 장내가 어수선하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중국측 경호원이 발길질을 하고 있다. 2017.12.14

중국측 경호원의 무자비한 발길질 한국의 사진기자가 14일 오전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스타트업관으로 이동중, 중국측 경호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해 장내가 어수선하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중국측 경호원이 발길질을 하고 있다. 2017.12.14

11시 경. 기자들은 폭행 사건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동선을 취재하기 위해 다른 부스로 이동했다. 그러자 다른 부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중국 측 경호원들이 또다시 막아섰다. 재차 비표를 제시했지만, 공안 10여명이 항의하는 카메라 기자를 집단으로 다른 쪽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먹으로 기자를 구타했다.

이들은 부스 입구에서부터 10여 미터를 끌고간 뒤 기자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리고는 10명 이상의 경호원들이 넘어진 기자를 둘러싼 뒤 얼굴 등을 발로 밟아 구타하기 시작했다. 현장을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과 청와대 직원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집단 구타를 계속했다. 한국 취재진들은 폭행을 중단하라며 “스톱(stop)”을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일부 청와대 직원이 “경호처! 경호처!”, “우리 경호 어디갔어! 좀 와주세요!”, “한국 경호 와주세요”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부스 안에서 문 대통령을 근접 경호하고 있던 경호처 직원에게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다.

중국측의 폭행을 말리던 청와대 직원들도 공안들에게 목 뒷덜미를 잡혀 내팽겨쳐지기도 했다. 행사장 안에서 7분 가량 머물 예정이던 문 대통령은 행사장 밖의 혼란스런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10분여를 머물렀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경호처 직원들은 “일단 진상파악을 해보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11시10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이 “다친 기자를 빨리 병원으로 보내라. 대통령 의료진에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청와대 경호처와 외교부에서는 중국 측의 폭행에 공식 항의한다는 뜻을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행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중국 공안과 ‘대통령의 동선을 모두 취재한다’는 사전 확약을 했다”며 “그런데도 중국이 자의적으로 취재를 막아서는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 행사가 아닌 문 대통령의 행사인데도, 중국은 한국 경호처 인력의 2배가 넘는 인력을 투입해 취재까지 막아섰고, 이 과정에서 폭력까지 행사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무자비한 발길질로 얼룩진 한국행사 한국의 사진기자가 14일 오전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스타트업관으로 이동중, 중국측 경호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해 장내가 어수선하다. 2017.12.14

무자비한 발길질로 얼룩진 한국행사 한국의 사진기자가 14일 오전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서 스타트업관으로 이동중, 중국측 경호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해 장내가 어수선하다. 2017.12.14

다른 관계자는 “자칫 중국 측과 물리적 충돌 징후가 있으니 신경써달라고 경호처에 요청했다”며 “그런데 경호처에서는 ‘중국 경호팀이 매우 협조적’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했다.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한국 기자는 1시 3분경 조어대에 도착해 긴급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어지러움증과 구토 증상을 계속 호소했다. 청와대 의무대장은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베이징=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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