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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가구가 집주인? 좁은 방 넓게 쓰는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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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일러스트 심수휘]

인테리어. [일러스트 심수휘]

어느 실버타운 원장에게 들은 이야기다. 부부가 입주할 방을 좀 작은 규모로 만들었더니 찾는 입주자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작은 실을 두 개 합쳐 큰 유닛으로 고치고 있다고 했다. 당초 디자인을 기획할 때는 이제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두 부부만 살면 되니까 공간이 그리 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차 크기 줄이는 것과 집 크기 줄이는 것은 어렵다는 말대로 공간을 줄이기가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6) #방 구조 서양식으로 바뀌며 공간 융통성 줄어 #마감재 색상 밝게 하면 공간을 확장하는 효과

작은 유닛의 방을 보고 두 가지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하나는 이렇게 작은 데서 어떻게 사는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방이 이렇게 작은데 가구를 어디다 놓느냐는 것이었다. 실제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동안 사용했던 가구며 가전제품, 책 등을 버리지 못하고 가져온다고 한다. 붙박이 가구가 다 완비돼 있어도 오랜 세월 손 때 묻은 가구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하실에 짐을 보관할 수 있는 개별 창고도 제공한다고 했다.

그렇게 가져온 많은 가구 때문에 좁고 불편하게 삼사년 살고부터 서서히 버리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작은 가구 하나에도 추억이 있고 잊을 수 없는 사연이 있다. 버릴 수 없는 특별한 이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리고 정리하지 않으면 늘 공간은 부족하고 복잡해지는 것이다.

공간이 부족한 것은 공간사용의 융통성과도 관련이 있다. 서양인의 생활양식은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라 할 수 있다. 테이블에 세팅된 수많은 종류의 포크와 나이프를 볼 때마다 그들의 식사는 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자에게 할당된 음식을 다른 사람이 떼어먹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공간 활용도 높은 우리 식사 문화

식사문화. [중앙포토]

식사문화. [중앙포토]

반면 우리네 식사문화는 어떤가. 숟가락 하나만 들면 두 사람 먹던 밥을 세 사람이 먹을 수 있다. 자유로이 나눌 수 있는 식사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상을 펴면 식당이 되고 이불을 깔면 침실이 되는 우리네 공간은 이제 그 방마다 용도가 구분된 서양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가구가 주요 자리를 다 차지하게 됐다. 그 결과 정작 그 공간 안에 사는 사람은 가구를 피해 다녀야 하고 좁은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가구 중 버릴 것이 나온다. 다용도로 사용한다는 것은 조금 불편하거나 귀찮은 일이 수반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익숙해지면 같은 크기의 공간을 비어있고 여유 있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조명. 송현호 인턴기자

조명. 송현호 인턴기자

공간이 확장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마감재의 색상을 밝게 바꾸는 것이다. 조명도 밝게 교체할 필요가 있다. 작은 공간에서 어두운 색상은 공간을 축소하며, 그 공간에 사는 사람의 심리적인 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천장 색이 어두우면 공간적으로 더 답답한 느낌이 들게 한다. 빈 벽이 있다면 좋아하는 경치가 담긴 그림 벽지를 붙여도 좋다. 공간이 확장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가구의 색상은 어느 정도 비슷한 계열이면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고 공간적 여유도 느끼게 한다.

살다 보면 짐이 자꾸 늘어나게 마련이다. 짐이 늘어나니 가구도 늘어난다. 게다가 버리지 못하면 삶의 공간을 가구가 서서히 점령하게 된다.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집이 자꾸 좁아지는 것이다. 결국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한 가구가 집주인 노릇을 하게 된다. 버리고 정리하고 조금 불편을 감수하는 것으로 여유로운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수필가 badaspace@hanmail.net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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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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