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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야당 원내대표 뽑는 한국당, 응답하라 1998? 2003?

중앙일보

입력

12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야당이 된 뒤 첫 원내사령탑 선거다. 2007년 대선 승리 이후 10년 만에 처지가 바뀌었다. 현재 한국당의 원내대표 레이스는 친홍 김성태, 친박 홍문종, 중립 한선교 의원의 3파전 구도다.
한국당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계파의 힘이 약해지고, 좌장 역할을 하는 의원도 마땅히 없는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야당인 만큼 ‘힘 있는 야당’과 ‘대여 투쟁력’을 호소하는 쪽이 힘을 받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왼쪽부터 김성태, 한선교, 홍문종 의원 [중앙포토]

왼쪽부터 김성태, 한선교, 홍문종 의원 [중앙포토]

과거 한국당이 대선 패배 1년이 지나기 전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7년 대선에서 정권을 넘겨주고 처음으로 야당이 된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은 4개월이 지난 1998년 4월 원내총무 선거를 치렀다.
당시 조순 총재 측은 강삼재 의원을, 이회창 명예총재 측은 하순봉 의원을 밀었다. 1차 투표에서 아무도 과반을 얻지 못해 열린 2차 투표에선 하 의원이 79표를 얻어 선출됐다.
당시 당권은 조 총재 측이 갖고 있었지만, 과거 대선후보이자 미래 대선 후보로 꼽히던 이 명예총재 측의 입김이 더 강했다.

1998년 4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원내총무로 선출된 하순봉 의원(가운데)의 손을 조순 총재(왼쪽)과 이상득 전 원내총무(오른쪽)가 맞들어 축하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8년 4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원내총무로 선출된 하순봉 의원(가운데)의 손을 조순 총재(왼쪽)과 이상득 전 원내총무(오른쪽)가 맞들어 축하하고 있다. [중앙포토]

여기에 야당으로서 강력한 구심점에 대한 기대 심리와 당내 기반이 취약한 조 총재의 한계 등이 맞물렸다. 홍준표 의원 등 소장파 측은 이 명예총재가 조속히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펴기도 했다.  이무렵 김종호, 박세직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공동 여당인 자민련에 입당하는 등 여권의 '의원빼가기'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이같은 환경을 가속화시켰다.
하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강력한 야당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대화와 협상이 바람직하지만 안될 때는 표결로 하는 수밖에 없다” 등 ‘힘’을 내세웠다. 표결을 강조한 것은 당시 한나라당의 의석수가 158석으로 국회 의석 수의 (전체 293석) 절반을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 의원은 4개월만인 그해 8월 4일 자민련의 박준규 의원이 국회의장에 당선되자 이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4개월 간 7명의 의원이 탈당해 151석으로 줄어든데다 당내 반란표까지 겹쳐 자당 소속 오세응 의원은 137표에 그쳤다.

친홍 김성태, 친박 홍문종, 중립 한선교 3파전 #98년엔 대선후보 이회창 후원 속에 하순봉 당선 #03년엔 권력 무주공산, 소장파 업은 홍사덕 승리 #정우택, "사실상 친홍 vs 반홍 구도" #

2002년 대선 패배 후 처음 치러진 2003년 6월 원내총무 선거에선 홍사덕 의원이 당선됐다.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 패배로 정계 은퇴하면서 당내 권력이 진공상태가 된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최병렬 대표는 김덕룡 의원을 원내총무 후보로 선호했지만 김 의원이 고심 끝에 나서지 않았다.
당시 남경필, 김무성, 이성헌 의원 등은 김 의원을 밀기 위해 후보 대리등록까지 감행했으나 정작 김 의원은 홍 의원과의 '40년 우정'을 내세워 끝내 고사했다. 두 의원은 서울대 문리대 61학번 동기로 한일 협정 반대시위를 주도하는 등 인연이 있었다.
이에 김 의원을 지지했던 비주류와 소장파 표심이 대거 홍 의원으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당내 구심점이 사라진 만큼 경륜과 대여 협상력 등이 중요하다는 여론이 홍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홍사덕 전 의원 [중앙포토]

새누리당 홍사덕 전 의원 [중앙포토]

홍 의원은 원내대표(원내총무) 정례 회동 등을 마련하는 등 당 대표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 영역을 적극적으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최 대표와의 ‘불편한 동거’설이 돌기도 했다.
그는 당선 연설에서 “국회를 장악한 한나라당의 원내총무는 대통령을 똑바로 걷게 할 책무, 감춰진 진실을 드러낼 책무, 그리고 이 모든 책무를 국민으로부터 짊어지고 다음 총선에서 승리해야 할 책무를 지게 된다”며 ‘강한 야당’을 내걸었다. 홍 의원은 이듬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인한 후폭풍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계파의 구심력이 약해졌다는 점에서는 2003년 원내대표 선거와 비슷한 환경이지만 전직 대선후보가 당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1998년과 유사한 셈이다.

11일 임기를 마치고 고별기자회견을 연 정우택 원내대표는 12일 신임 원내대표 선거에 대해 "홍 대표가 하는 대로 할 사람을 (새 원내대표로) 선택할 것인지, 홍 대표와 좀 각을 세울 사람을 선택할지가 친홍-비홍의 대결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대표와 원내대표가 각을 세울 때는 세우고 아닐 때는 서로 화합과 단합하는 것이 당을 위해서 좋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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