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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올리고 성과급 줘 인재 확보, 감성 중시 5060 여성 타기팅 주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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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호 12면

참좋은여행 영업이익률 29% 비결

최근 이상호 참좋은여행 대표가 아이디어를 낸 ‘CM송 따라 부르기’ 이벤트에 1000여 명이 참여했다. 1등 한 팀은 TV 광고에 출연할 수 있다. 김경빈 기자

최근 이상호 참좋은여행 대표가 아이디어를 낸 ‘CM송 따라 부르기’ 이벤트에 1000여 명이 참여했다. 1등 한 팀은 TV 광고에 출연할 수 있다. 김경빈 기자

“좋다 좋다 너무 좋다 준비부터 여행까지~.”

대형 여행사에 맞서 추격자 전략 #대리점 없이 직판으로 가성비 높여 #가이드 팁, 쇼핑 옵션 문제 사라져 #안전하고 합리적인 패키지로 승부

경쾌한 멜로디에 맞춰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 가족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국악인은 장구를 치며 소리를 내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까지 따라 부른다. 지난달 종합여행사 참좋은여행이 진행한 ‘CM송 따라 부르기’ 이벤트다. 여행객들이 세계 각지에서 촬영한 유튜브 동영상만 436개에 이른다. 1등 한 팀엔 TV 광고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상호(58) 참좋은여행 대표는 “영상 제작부터 편집, 노래까지 수준급 실력을 보인 참가자가 너무 많아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회의를 한 뒤 우수상, 참여상 등 수상작도 더 늘려 뽑을 계획이다.

삼천리가 인수, 매출 10년 새 6배 늘어

삼천리자전거가 2008년 인수한 참좋은여행이 여행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0년 전 60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418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8.9%(참좋은레저 분할 전)를 기록했다. 여행업은 설비 투자가 낮지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10%만 넘어도 수익성이 좋다고 평가한다. 10년간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온 이가 이 대표다. 1983년 삼천리자전거 사원으로 시작한 그는 삼천리관리본부장을 거쳐 2008년부터 참좋은여행 경영을 맡고 있다.

성과의 비결은 ‘추격자 전략’이다. 하나투어·모두투어 등 대형 여행사와 경쟁하기 위해선 차별화가 필요했다. 우선 대리점을 통하지 않는 직접 판매(이하 직판)에 집중했다. 전국에 대리점을 두고 고객을 모으는 여행사는 평균 9%의 수수료가 여행상품 가격에 포함된다. 이와 달리 참좋은여행은 본사에서 고객을 모으기 때문에 원가를 낮춰 가성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은 대리점을 찾기보다 PC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구매·결제하는 방식으로 판매 구조가 바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참좋은여행만의 인재 운영 방침을 만들었다. 바로 ‘재입사·스카우트 금지’다. 사장 취임 직후 이 대표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며칠 전 회사를 그만둔 직원이 그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것이다. 알고 보니 같은 건물의 다른 층 여행사로 옮긴 것이다. 그는 “여행업계는 그동안 경기가 조금만 어려워지면 월급을 깎는 등 인력비부터 낮추다 보니 전직이 잦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호텔·비행기·관광지 등 온통 남이 갖고 있는 것을 빌려서 파는 여행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인재라고 봤다. 회사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임금을 올리고 연말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팀장 이상 간부급 이직률은 0%에 가깝다.”

50·60대 여성을 타깃으로 마케팅 전략을 짠 것도 성장하는 데 한몫했다. 이 대표는 “고객을 세분화해 분석해 보니 여행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고 여행사나 여행지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게 50·60대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 층은 1만원만 저렴해도 여행사를 옮겨다니고 40대 주부는 자녀들 입시 준비로 여행을 다니지 못한다. 결국 50대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 여행에 관심을 갖고 남편이나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닌다. 흥미로운 사실은 부부 동반으로 여행을 갈 때도 아내가 여행을 알아보고 결제를 한다는 점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참좋은여행 상품을 이용한 50·60대 여성은 약 14만5800명으로 전체 고객(47만2078명)의 31%를 차지한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게 안전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패키지 상품이다. 이 대표는 “가이드가 있기 때문에 외국어를 자유롭게 못하거나 길을 못 찾을 걱정 없이 해외 곳곳을 누빌 수 있다는 게 패키지의 장점”이라며 “최근엔 가이드 팁, 쇼핑 옵션 등의 문제도 사라지면서 패키지 여행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대표, 연 1회  미스터리 쇼퍼로 활동

마케팅도 50·60대 여성에게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이들이 주로 청취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박승화의 가요 속으로’ 등에 집중적으로 광고 방송을 튼다. 홈페이지를 보면 ‘내가 사랑하는 파리’ ‘발길 닿는 곳마다 특별한 순간이 된다’ 등의 감각적인 문구가 눈길을 끈다. 이 대표는 “삶의 여유가 생긴 50·60대 여성은 아름다운 유럽을 보기 위해 떠나는 것이지 특가 상품에 현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행 일정, 숙소 등 상품 구성이 만족스러운 데다 다른 여행사 상품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가격은 맨 마지막에 노출한다고 덧붙였다.

미스터리 쇼퍼로 활동하는 이 대표가 남미 우유니 사막에서 관광객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스터리 쇼퍼로 활동하는 이 대표가 남미 우유니 사막에서 관광객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 대표는 1년에 한 번씩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로 활동한다. 마치 관광객인 것처럼 유럽·동남아 등 자사의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물론 현지 직원이나 가이드는 이 대표를 알아보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그는 “고객과 함께 관광을 다니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문제점을 발견한다”고 했다. “한번은 유럽 패키지에 참여했는데 70대 초반 어르신이 홀로 버스에 남아 있었다. 패키지 상품은 보통 하루에 4~5곳을 둘러본다. 힘이 부친 그가 팀원들보다 자꾸만 뒤처지자 미안한 마음에 아내만 보고 오라고 했더라.”

“경제적으로 여유는 있지만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는 상품이 없다”는 고객의 얘기를 듣고 이 대표가 지난해 선보인 상품이 ‘안단테’ 패키지다. ‘천천히 걷는 빠르기’를 뜻하는 음악 용어처럼 하루에 한두 곳만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현재 안단테 패키지가 전체 판매 비중의 1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기다.

‘세 번 콜’도 고객 만족도가 높다. 대부분의 여행사는 여행 가기 전이나 다녀 온 후에 고객의 반응을 살핀다. 참좋은여행은 여행 중간에 상담 직원이 패키지 대표자에게 전화를 한 번 더 한다는 게 특징이다. 여행 중에 만족스럽지 않거나 불편한 점이 있으면 현지에서 곧바로 해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참좋은여행은 올해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리서치 전문회사 컨슈머인사이트가 조사한 패키지여행 부문에서 고객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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