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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홍·비홍·중립 혼전 속 판세는 오리무중, 1차 과반이냐, 결선투표냐가 승부 가를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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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호 11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D-2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후보들이 지난 8일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홍문종·유기준·한선교·김성태 의원.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후보들이 지난 8일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홍문종·유기준·한선교·김성태 의원.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체제의 강화냐, 견제의 신호탄이냐. 오는 12일 선출되는 한국당 원내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물음이다. 제1야당의 대여 투쟁력 강화나 보수 대통합을 이룰 적임자가 누구냐를 가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들은 하지만 기저에는 당내 세 대결 양상이 흐를 수밖에 없는 게 원내대표 선거다.

복당파 김성태, 홍 대표 지지 원군 #중립파 한선교 “결선만 가면 승산” #친박 유기준·홍문종 “단일화 승부”

10일 원내대표 후보 등록을 앞두고 현재 뛰고 있는 선수는 김성태(3선·서울 강서을), 유기준(4선·부산 서-동), 한선교(4선·용인병), 홍문종(4선·의정부을, 이상 가나다순) 의원 등이다. 한 의원으로 이른바 ‘중립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기 전까진 이주영·조경태 의원까지 뛰어들어 원내대표 후보만 6명이었을 정도로 과열 양상이다.

김 의원과 다른 세 명의 의원은 친홍 vs 비홍, 복당파 vs 잔류파 구도로 대비된다. 김 의원 측은 “이미 과반 지지를 확보했다”고 자신하며 1차 투표에서 당선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반면 다른 세 후보는 “김 의원 비토 정서도 만만찮다”며 “결선투표로 가면 세 사람 중 한 명에게 표가 결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결선투표에선 다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반홍준표·반복당파 정서가 변수

한국당 의원 116명 중 지난 대선을 전후로 바른정당을 탈당해 되돌아온 복당파만 22명이다. 김 의원의 당선은 최소한 이들에 대한 불이익이 더 이상 없을 거란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홍 대표가 친박 핵심이었던 서청원·최경환 의원 징계를 강행하며 ‘친박 힘 빼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한 복당파는 최소한 홍 대표와 같은 선상에 서 있는 게 자연스러운 구도다.

‘비홍’ 후보로 분류되는 유·홍 의원과 중립 후보인 한 의원은 ‘반홍준표’ ‘반복당파’ 정서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홍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들이 우스갯소리로 거수투표를 하면 김 의원이 당선되고 비밀투표를 하면 제가 당선된다고들 말한다”며 “그만큼 홍 대표 체제에 불만을 가진 의원이 많지만 겉으로 표출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내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배신’하고 새살림을 차렸던 이들이 당의 주도권을 잡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심리도 존재한다. 박 전 대통령이 대표이던 시절 공천을 받아 19대 국회에 입성했던 재선 그룹을 중심으로 이 같은 정서가 흐르고 있다.

홍 의원 측은 한 의원이 김 의원에게 갈 표를 일정 부분 가져가 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김 의원의 과반 당선을 저지하는 동시에 자신의 ‘원샷 당선’까지 노릴 수 있는 카드라는 계산이다. 유 의원과 홍 의원은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둔 9일 밤 회동을 하는 등 막판까지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유 의원은 통화에서 “두 사람 중 누가 더 당선 가능성이 큰지 객관적으로 검증할 시간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어느 단계에서 하는 게 좋을지를 두고 이견이 있었다”며 “단일화는 결선 투표 진출자를 지지해 주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 역시 ‘비홍 후보 단일화’라는 우산 아래 교통정리를 하는 데는 부정적이다. 친홍 색채나 과거의 친박 색채가 강한 의원들보다는 중립 후보임을 내세우고 있는 자신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한 의원이 한때 ‘원조 친박’이라 불렸다는 점에서 중립 후보라는 단어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 의원은 “한겨울 구치소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처지는 안타깝지만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호가호위하지도 않았고 소위 친박 모임에 불려 나간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탈박 세탁쇼이자 중도파 패권 부활”이라며 한 의원에게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가공의 중립지대를 만들어 단일화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지금은 당내 계파 갈등을 야기하거나 패권정치를 할 때가 아니라 대여 투쟁력을 강화할 원내 전략과 진정한 자기 반성, 혁신에 기반한 통합과 화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은 가장 골치 아픈 유권자”

지난해 12월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계 정우택 의원과 비박계 나경원 의원이 맞붙었을 때 승부를 가른 건 4명의 표심이었다. 나 의원이 55표를 얻어 정 의원(62표)에게 패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직후였지만 의원들은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뒀다. 압도적 승리를 자신했던 나 의원 측은 망연자실했다.

2015년 2월 실시된 유승민 의원과 이주영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도 막판까지 치열한 분위기였다. 집권여당 시절 유 의원과 청와대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친박 의원들이 밀고 있는 이 의원이 유리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유 의원 84표, 이 의원 65표로 유 의원의 압승이었다. 당시 계파 색채가 옅은 원유철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영입한 것도 승리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이처럼 원내대표 선거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보다 훨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국회의원들이야말로 가장 속내를 안 비치는 골치 아픈 유권자”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당 관계자는 “만약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참패하고 홍 대표 등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경우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을 총지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만큼 막대한 권한을 어느 편에 실어줘야 할지 의원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이 누가 되느냐도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막판까지 영입 전쟁이 치열하다. 한 의원이 가장 먼저 단일화 경선에 참여했던 이주영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영입하면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 의원은 이미 두 차례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발탁돼 행정 경험을 갖췄다. 반면 이 의원이 2011년부터 다섯 차례나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했지만 늘 고배를 마신 만큼 표의 확장성은 미미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김 의원은 계파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친박 출신 의원으로 러닝메이트를 정했다. 홍 의원과 유 의원 역시 자신의 결점을 보완할 러닝메이트를 영입했고, 후보 등록과 동시에 발표한다는 전략이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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