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북·미 ‘말 폭탄’ … 북한 “전쟁 결코 피하지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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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북·미 간 ‘말 대결’이 재개됐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미국은 매일과 같이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을 광고하고 있다”며 “우리(북한)는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과 전쟁 가능성 매일 커져” #맥매스터 경고성 발언에 발끈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대한 대답’ 형식으로 “(미국이) 화약내 풍기는 대결 망발들을 늘어놓은 것은 우리에게 조선반도에서의 전쟁발발에 대비하라는 신호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특히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국방포럼에서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폼페이오 국장도 같은 날 “김정은은 국내외에서 자신의 입지가 얼마나 취약한지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다음날 방송 인터뷰에서 대북 선제공격 논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의 도발을 가정한다면 한국에 배우자와 아이를 동반해 미군을 보내는 것은 미친 짓이다. 지금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이동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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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외무성 대변인은 이를 두고 “우리가 강경 대응조치를 취하게 하고 그를 빌미로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의 도화선에 기어이 불을 달려는 미국의 간교한 흉심의 노출”이라며 “미국이 우리의 자제력을 오판하고 끝끝내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단다면 다지고 다져온 무진(매우) 막강한 핵 무력으로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제가 지른 불에 타죽지 않으려거든 자중자숙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의 경고를 북한이 더 큰 위협으로 맞받으며 서로 충돌을 향해 마주 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어느 한쪽이 포기해야 다른 쪽이 이득을 보게 되는 게임)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9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 등에서 북한을 ‘완전 파괴’시키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에 김정은이 보복 공격을 공언하면서 위기가 고조됐다”며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지난달 20일)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응수하면서 긴장 수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하지만 “양측 모두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데다 한국이나 중국·러시아 등 도 충돌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어 실제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는 6일(현지시간)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선언하고, 이를 이행한다면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을)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대화할 수 있다”(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거나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이 가능하다”(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는 북한의 입장은 미국 측과 온도 차가 큰 데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극적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연말연시를 기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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